[과학, 문화로 읽다]맛있는 스테이크를 찾아서

얼마 전 호텔에서 코스요리로 제공되는 스테이크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근사하게 내온 스테이크를 잘라내던 친구가 말했다. “아, 스테이크를 너무 구웠어. `웰던(완전히 익힘)`이야.” 얼른 고기를 잘라보니 붉은색보다는 거의 회색빛의 고기 단면이 나왔다. “응, 나도 붉은 피가 좀 남아있는 게 더 맛있다고 생각해. 바싹 익히면 고기가 질겨지잖아.” 같은 고기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것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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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근육은 부위에 따라 근섬유와 결합 조직과 지방 비율이 모두 다르다. 근육의 사용 빈도에 따라 근섬유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흔히 나이를 많이 먹거나 운동을 많이 한 고기 부위가 질기다는 말을 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고기 근육 단백질은 가열하면 40도에서 변성을 일으키기 시작해 50도 이상에서는 응고돼 딱딱하게 굳기 시작한다. 근섬유는 질겨지지만, 결합 조직에 해당하는 콜라겐은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면서 고기를 연하게 만드는 온도는 60도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결합조직이 적은 근육 위주 부위는 짧은 시간 동안 요리하고 결합조직 즉, 콜라겐이 많은 요리는 좀 더 오래 조리하면 좋다.

최근에는 이렇게 단순 가열만이 아니라 고기 숙성방식에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진다. 동물을 도살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고기를 어떻게 얼마나 저장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혈액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 때문이다. 동물이 죽은 다음에도 근육은 계속 활동하면서 일종의 노폐물에 해당하는 젖산이 쌓인다.

젖산은 혈액 속에 산소를 소모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이 쌓인 젖산은 산소가 부족해 근육을 공격한다. 운동한 다음날 몸이 뻐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죽은 동물 속에서도 젖산은 단백질을 공격해 그 결합조직들을 변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근육 속 단백질은 더 작은 분자로 분해돼 향과 맛을 내고, 고기는 연해진다. 사후경직 이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것은 이런 이유다.

대표적으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있다. 자연 상태에서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 수분을 증발시키고 건조,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겉 표면이 딱딱해지고 고기의 부피가 줄어든다. 대신 숙성 과정에서 고기의 향미가 강해진다. 최근에 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찾는 까다로운 입맛의 미식가들이 늘어나면서 전문 레스토랑도 생겼다.

미생물 침입을 막기 위해 까다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저온 숙성을 하기 위해 시간도 오래 걸린다. 또 겉 표면을 일부 제거하는 등 숙성 과정에서 손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적 숙성 과정을 거친 고기보다 비싼 편이다.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서는 어떤 고기 맛을 좋아하는 지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주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과학적으로 고기 맛이 변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음미하는 것도 음식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유네스코에도 등재된 프랑스 미식문화 `가스트로노미`는 음식을 먹는 것을 고도로 연구하고 의식화한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음미하기도 미식문화의 일종이 될 수 있을까. 맛있는 고기를 먹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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