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창조경제박람회 성공 조건

새 정부의 창조경제 성과물이 공개된다. 무대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 홀이다. 주말을 포함해 이달 12일부터 사흘간 일정이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주최 측인 청와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긴장한 분위기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는 소문까지 도는데 기대를 밑돌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박람회까지 열었는데 애매한 창조경제가 더 모호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입장은 십분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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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창조경제 박람회 나쁘지 않다. 일부에서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이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게 아니다. 창조경제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자리는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 불명확한 창조경제 실체를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새 정부 1년을 맞는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계획을 세우는 자리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행사가 성공리에 끝난다면 정권 초반에 비해 열기가 식은 창조경제에 다시 불을 지필 수가 있다.

문제는 콘텐츠다. 행사는 크게 세미나와 박람회로 나뉜다. 백미는 역시 박람회다. 정부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보여 준다는 취지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제안돼 최종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가감 없이 구현했다. 당연히 주인공은 스타트업, 중소와 벤처기업이다. 전시관을 크게 아이디어·도전·성장·상생 존으로 꾸미고 창조경제타운에서 나온 아이디어, 스타트업과 벤처, 중소·중견기업, 공공기관 제품과 서비스로 채웠다. 다소 식상하지만 나름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인 만큼 가급적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들어가면 쉽지 않을 것이다. 과연 `생각은 현실로, 상상은 가치로`라는 창조경제 슬로건에 걸맞은 제품이 나올 지 도통 가늠하기 힘들다. 무릎을 탁 칠만한 창조경제 모델이 전시될 지 확신이 안 선다. 예상컨대 제품과 서비스만 본다면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부 주도 행사 선례를 볼 때 문패만 바꾸면 다른 전시회와 크게 구분이 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보여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차라리 공유하겠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바람이 일어야 한다. 창조경제의 주체인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 창조경제가 만들어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분위기가 잡혀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과욕을 부리면 실망감만 더 커질 수 있다. 오히려 분위기를 띄우고 문화를 보여주는 자리로 활용해야 한다.

창조경제에 필요한 문화, 여러 가지가 있다. 당장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업화할 수 있다는 열린 창업 문화를 꼽을 수 있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보다는 스타트업·벤처에 뛰어들 때 박수쳐 주는 격려와 응원 문화도 아쉬운 대목이다. 실패가 오히려 더 큰 성공을 위한 기회라는 실패 관용의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아이디어 못지않게 열정·도전·패기와 같은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는 기업가 정신문화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첫 창조경제 박람회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자극제 역할이면 충분하다. 국민도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정부는 결국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이다. 창조경제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만 심어 준다면 성공적이다. 의욕은 좋지만 과욕은 금물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