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기업연구소 "자금보다 연구원 부족이 더 심각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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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공사용 철구조물 자재를 생산하는 지방 중소기업 A사는 금속소재 연구소를 운영한다. 10년 동안 연구하던 연구원이 건강상 문제로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새롭게 연구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인근 소재 대학에 대학원 졸업생 추천을 의뢰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지원자가 한명도 없어 면접 한번 해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채용을 못하고 있다.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연구소장 B씨는 “10년 넘게 지속해 온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하소연 하고 있다.

지방 기업 연구소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는 최근 지방 연구소가 있는 기업 538개사를 대상으로 `연구 인력 확보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 10곳 중 9곳(94.6%)은 `연구 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답했다고 2일 밝혔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 88.9%, 중소기업 95.6%가 연구 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응답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지방소재 기업연구소의 연구인력 확보 어려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연구소가 지방에 있어 겪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기술개발자금 부족(36.8%)`보다 `연구인력 확보(73.4%)`를 2배 더 많이 응답해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기술정보 부족(31.4%)` `연구설비 및 기자재 부족(20.1%)` `연구개발지원기관 부족(19.0%)`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인력 확보 전망에 대해서도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73.6%에 달해 기업 4곳 중 3곳은 향후 전망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조사 대상 중 연구원 수가 100명이 넘는 대기업 연구소의 절반(42.9%) 가까이 수년 내에 지방소재 기업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수도권에 신규로 연구소를 설립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대기업 연구소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 될 것으로 분석 됐다.

김종훈 전략기획본부장은 “최근 전자·조선·제약업종 등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수도권에 신규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구직자들의 지방근무기피와 기존 연구인력들의 수도권 이탈이 늘면서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대학의 대학교육·노동수요간 연계 강화, 각 지역 교육기반시설과 문화환경 개선으로 생활여건 개선, 지방기업과 연구소에 대한 인식제고 등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방소재 기업연구소의 연구인력 확보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으로 `소득세·법인세 등 지방근무자 및 기업 조세지원(58.7%)`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지방 기업연구소 "자금보다 연구원 부족이 더 심각한 문제"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