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때 자신만의 특별한 취미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역시 가장 대중적인 여가 활동은 텔레비전 시청일 것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곤한 시간,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깔깔 웃다 보면 고단한 일상이 잠시 잊혀지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꽃보다 할배`를 보며 유럽 여행을 체험하고 `아빠 어디가`를 통해 가족애를 느낍니다. 때론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마치 우리가 도전자가 된 것처럼 함께 울고 웃으며 몰입합니다. 이처럼 예능은 어느 틈에 간접 체험의 장이자 삶의 휴식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주에 소개드릴 책은 우리에게 휴식이 되어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분석한 `예능은 힘이 세다`입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TV 프로그램은 드라마가 강세를 보였는데요. 요즘은 예능이 대중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은 예능이 대중 문화를 지배하는 강력한 킬러 콘텐츠로 부상한 25가지 이유를 실제 프로그램의 예시를 들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예능 프로의 영향력은 원소스 멀티유즈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주말 예능 `무한도전`은 피규어와 티셔츠, 모자, 달력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생산했고 가요제 프로젝트를 통해 음원 시장을 평정했습니다.
이는 시청자가 수동적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넘어 프로그램을 위해 움직이도록 변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시청자의 주체성과 제작진의 실험 정신이 만나 때론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남자의 자격`은 합창 프로젝트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 성공이 실버 합창단 `청춘 합창단`의 결성으로 이어져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파고드는 콘텐츠 `예능`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진정성과 유연성입니다. 예능 안에는 `사람`이 있고 `관계`가 있고 `처세`가 있습니다. 예능은 그 자체가 세상의 축소판이자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작심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파헤칩니다. 예능이 대중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 사용한 기술들을 살펴봅니다.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심리를 반영한 연출자들의 캐릭터 창조전략, 직업인이자 유명인사로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연예인들의 이미지 메이킹, 시청자의 공감과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출연자 간 관계화와 감성소구 방법, 예능을 폄하하는 세간의 엄숙주의와 편견 모두에 맞서는 제작진의 고군분투까지 다양한 요소가 포함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TV 안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더 나아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웃음 속에 감춰진 그 힘의 비밀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김은영 지음, 에쎄 펴냄. 7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