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에서 `신화(神話)`란 단순히 아득한 옛날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의 주장이나 현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신화라는 이름을 얻게 되면 누구도 그 가치를 의심할 수 없는, 의심해서도 안 되는 절대성을 부여 받는다. 신화가 `信話`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같은 이름을 쓰는 모 아이돌 그룹이 10년 넘게 `최장수 아이돌 그룹`으로 남아 있는 이유도 어찌 보면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팬들의 믿음을 깨기가 쉽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김종천 우노앤컴퍼니 대표가 추천한 `원씽(the One Thing)`은 이런 신화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책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앙처럼 받드는 `성공신화`에 대해 눈앞을 가리는 흐릿한 안개를 걷어주려고 노력한다. 김 대표는 “우리가 전혀 그런 생각조차 갖지 못하는, 그야말로 신화처럼 굳어져버린 성공에 필요한 요인들에 대해 질문을 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만든 점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투자 개발회사를 이끌고 있는 저자는 책에서 멀티태스킹의 중요성은 아무 근거가 없는 환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한가지인 `원씽`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멀티태스킹과 함께 저자는 의지, 자기관리 등 성공철학에서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6가지 원칙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원씽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을 하라고 주문한다.
첫 장의 제목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단 하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할 만큼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설파한다. 이런 질문을 통해 원씽을 찾고 이를 습관화하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가발용 원사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제품이 신화가 된 상황에서 `왜 일본만 되고 우리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가발`이라는 원씽을 찾아 오로지 가발 하나에만 집중해 글로벌 2위를 넘보고 있는 김 대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전세계 100여개가 넘는 나라에 고객사를 보유하고 지난해 653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니 가발을 `습관화`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적용시킨 점에서도 그는 `원씽`의 구현자이기도 하다. 머리가 길게 자라지 않아 세련된 가발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가발 시장의 최대 수요자인 흑인 여성들의 삶에 우노앤컴퍼니 원사로 만든 가발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신화의 위치를 도전 당한 일본 업체는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괘씸죄`를 적용하려 했지만 김 대표는 또 한 번 `대기업과의 소송전에서 이긴 중소기업은 없다`는 공식에 의문을 던지며 몇 년째 일본 업체의 부당한 주장에 맞서고 있다. 그는 “재판 비용으로 700만 달러가 넘게 들어갔지만 이를 통해 자신감과 시장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었다”며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한 가지에 집중했기 때문에 소송비용을 능가하는 무형의 자산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넘버 원`을 꿈꾼다. 다양한 분야에서 넘버원이 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함에도 사람들은 두 가지 이상의 많은 일을 하면서 넘버원을 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한 가지에만 집중해 글로벌 `넘버 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 대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