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68>생각은 발에서 나온다

생각의 `발로(發露)`는 `발`에서 나온다. 철학의 첫 스승은 우리의 발이다. 철학자 루소의 말이다. 걷기의 중요성을 설파한 최초의 철학자,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틈만 나면 제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토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철학을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 걸으면서 평소에 간과했던 자연과 세상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는 감각을 키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발을 자극하면 뇌신경을 자극해서 색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더불어서 사고와 철학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산책하면서 강의하고 논의한 페리파토스(산책길)에서 유래돼 아리스토텔레스 학파는 페리파토스 학파, 즉 산책학파 또는 소요학파(逍遙學派)로도 불렸다.

책도 중요하지만 산책이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책을 하면서 읽었던 책을 반추해보고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소화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공염불에 그친다. 일본의 한 유아원에서는 아이들이 유아원에 오면 신발을 벗기고 맨발로 달리기를 시킨다고 한다. 발바닥을 자극, 생각의 발로를 새롭게 일으키기 위해서다. 생각의 발로(發露)를 발로 찾는 산증인이다.

남다른 족적을 남기려거든 두 발로 걸어가는 역사를 다시 써라. 이력서(履歷書)도 내 두 발(履)이 걸어온 역사(歷)의 기록(書)이 아닌가. 스마트폰을 쥐고 하루 종일 검색만 하고 산책하면서 사색을 하지 않으니 사유의 힘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남의 정보에 의존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기술문명이 발전할수록 내 몸을 직접 움직여 땀을 흘리는 노동을 하지 않고 신체 기능의 많은 부분을 기계에 의존하면서 인간의 신체 근육은 물론이고 사고근육과 감성근육도 퇴화되기 시작한다. 생각의 한계는 체험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