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IPO시장, 벤처는 '돈맥경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코스닥 상장 현황

기업공개(IPO) 실적이 사상 최악의 상황을 이어가며 벤처 생태계에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벤처 신규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회수할 시장이 막히면서 벤처업계 전반의 `돈맥경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17일 벤처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IPO 기업은 32곳에 불과하다. 특히 벤처기업의 IPO 통로인 코스닥 시장 상장은 25곳에 불과하다. 작년(22곳)에 이어 사상 최악의 신규 상장 기근현상이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코스닥 신규 상장을 보면 2007년 62곳, 2008년 37곳, 2009년 48곳, 2010년 50곳, 2011년 55곳으로 연평균 50곳을 넘겼다. 그러나 작년 20곳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30곳을 넘기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거래소가 연말까지 코스닥만 40곳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게 관련업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벤처투자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연간 50∼60곳 IPO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IPO 급감에도 각종 벤처 활성화 정책에 의해 벤처투자는 작년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간 투자재원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 9월까지 벤처캐피털은 579개사에 9842억원을 투자해 투자금액 기준 전년동기(521개사, 8345억원) 대비 17.9% 증가했다. 최근 5년 간 9월까지의 평균투자금액인 8185억원보다 20.2% 높은 수준이다. 투자 재원도 매년 증가했다. 2009년 7조8832억원이던 투자 재원은 매년 증가해 지난 9월 현재 10조962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과 후년 지속적으로 투자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투자와 투자회수가 엇박자가 되면서 벤처투자 생태계도 불균형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IPO를 담당하는 증권거래소와 당국의 의지 부족을 질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15일 코스닥 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 7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별도로 출범시키며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은 변화가 없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벤처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투자와 회수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며 “지금 같은 불균형 상태가 이어진다면 향후 벤처 생태계의 축인 벤처캐피털 시장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증권거래소가 코스닥 상장기업의 기준(매출 500억원 수준)을 거래소 수준에 버금가게 잡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혁신 기업을 위한 시장인 코스닥 시장 설립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 현황>

코스닥 상장 현황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