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에너지소비 부추기는 가격체계, 이번엔 제대로 개편되나

지난 달 민간워킹그룹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새정부 에너지정책의 기본방향과 5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이 권고안이 공개된 이후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놓고 논란이 뜨겁지만, 실제 더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에너지가격체계 개편이다. 비(非)전기-전기 간 상대가격 왜곡을 해소해서 에너지믹스를 개선하고 전력수급난을 해소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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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에너지수급의 근본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가장 높고, 특히 전력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데 있다.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고 국내 전체 전기소비의 55%를 차지한다. 이는 왜곡된 에너지 상대가격과 공급중심의 정책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열량기준으로 전기는 난방용 등유, 산업용 중유 가격에 비해 13~62% 낮다. 최근 전력난의 주요 원인인 전기냉난방(EHP)은 가스냉난방(GHP)과 비교해 18~47% 싸다. 소비자 입장에서 유류나 가스대신 전기 소비를 늘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제적으로 봐도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너무 싸다. 우리 전기요금에 비해 일본은 3.3배, 영국은 2.2배, 미국은 1.2배, OECD 평균은 2.1배 수준이다.

전기의 생산효율은 매우 낮아 40%도 안 된다. 전기 1단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74단위의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지해 온 전기요금 억제가 결국 국가 전체의 에너지효율을 낮추고 그만큼 에너지소비를 부추긴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 원전 논란 등에서 보듯이 전력설비의 확충을 우선시하는 공급중심의 정책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수요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간워킹그룹은 세제개편, 가격인상 등을 통해 2035년까지 전력수요를 15% 이상 감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수요관리의 핵심은 가격이다. 소비자는 궁극적으로 가격에 반응해 소비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가격은 크게 공급원가와 세금의 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격정책은 결국 에너지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과세에 일관된 기준이 없고, 다양한 세금이 부과되는 복잡한 체계를 갖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특히 전기요금은 공급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용도별 가격체계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소비왜곡을 초래해 온 에너지 세제를 개편하고, 원가를 반영한 가격체계를 확립해 합리적 에너지소비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원가 미달 등 조정요인은 요금에 반영해 현실화함으로써 겨울철 수요증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의 생산·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사회적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전 안전성 강화에 따른 추가적 비용과 송전선로 주변지역 보상, 온실가스 배출 등 사회적비용을 단계적으로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점에서 권고안이 전기요금체계의 개편과 함께 전기의 대체재라 할 수 있는 LNG, 등유 등의 세금 인하, 그리고 발전용 유연탄 과세를 제안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가격체계 개편은 에너지정책의 해묵은 과제다. 가격왜곡에 의한 소비왜곡을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지만, 번번이 물가정책에 의해 지연되고 후퇴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계기로 에너지 가격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중장기 개편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적 이해를 얻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될 수 있으면 한다.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kimj@kee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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