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2013`이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 나흘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밖으로는 외산 게임의 득세, 안에서는 강력한 규제 이슈가 터지면서 그 어느때보다 우울한 분위기지만 드러난 모습만큼은 성대함과 자신감이 넘쳤다.
안팎의 위기를 실력으로 돌파하겠다는 한국 게임산업의 응집력이 발휘됐다. 첫날부터 일반 관객 수만명이 몰리고, 신작 게임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100미터이상 줄을 서는 등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장관·협회장의 동반 몸짓
14일 첫날 개막식 직후 전시장을 둘러보던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남경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옛 게임산업협회) 회장은 다림비전이 출품한 3D 댄싱스튜디오 무대에 올라 나란히 춤을 췄다.
국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게임을 4대 중독물에 포함시키는 중독법이 추진되는 상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주무부처 장관과 산업계를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이 게임으로 한 동작을 만든 셈이다. 이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늘 있어왔던 훈훈한 모습이지만, 요즘 업계를 둘러싼 엄혹한 상황에선 저런 모습마저 흘려보이지 않게 된다”며 “게임산업 주관 부처 장과 업계 대표가 한뜻으로 중독법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로 보고싶다”고 말했다.
◇초대형 신작들 눈길 끌어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여느 대형 게임업체 못지 않은 초대형 부스를 마련, 신작 공세에 나섰다. 사실상 올해 지스타 신작 경쟁의 주도권은 다음이 쥐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다음은 초대형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검은사막`을 필두로 신개념 골프게임 `위닝펏`과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만든 `플래닛사이드2`를 대거 선보이며 내년 시장 기선잡기에 집중했다.
넥슨도 김태곤 사단의 모바일게임 `영웅의군단`과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의 역작 `페리아 연대기`를 내세워 온라인과 모바일 양대 플랫폼에서 내년 시장 성과를 자신했다. 엠게임은 야외부스에 공주풍의 전시부스를 마련 `프린세스메이커 모바일` 알리기에 집중했다. 닌텐도는 B2C관 한복판에 휴대형 게임으로는 최초로 한글화된 신작 `몬스터헌터4`를 선보여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긴 줄 서는 것도 즐거워요”
이날 일반 관람객들은 입장을 위해 서너시간씩을 기다려야 했지만, 국내외 업체들의 주요 신작과 최신 버전 게임을 한발 앞서 만나기 위해 달가워했다.
양산서 왔다는 대학생 박 모씨(22)는 “매년 지스타를 찾고 있지만, 올해는 중독법 이슈가 있으면서 더 관심이 갖게됐다”며 “지스타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게임을 바라보는 눈빛이 좀 따뜻하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던 게임과학고등학교 교직원은 “학생들 수업에 쓸 다양한 영상자료와 게임 트렌드를 수집하기 위해 왔다”며 “예년에 비해 떠들썩한 것이 좀 줄었다는 느낌이고, 그것은 요즘 게임을 둘러싼 사회, 정치적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부산=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