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유치해 국내에서 연구개발(R&D) 활동에 뛰어든 해외 석학은 우리나라 연구 환경을 어떻게 평가할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석학 공동연구를 위한 연구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우수 인재의 경험과 해외 과학 선진국 연구 환경을 비교해 우리나라 연구 환경의 현재를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 주요 프로젝트 WCI(World Class Institute)와 BP(Brain Pool) 공동 심포지움을 기념해 세계적 석학인 WCI 센터장과 BP 참여 연구원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했다.

◇다츠오 이도 가천대 테라그노스틱컴파운드 개발연구소장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조정관

◇브래들리 베이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이창준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책임연구원

◇래리 코헨 KIST 기능커넥스믹스연구단 겸직연구원(예일대 세포분자생리학과 교수)

◇패트릭 다이아몬드 국가핵융합연구소(NFRI) 핵융합이론센터장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조정관=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을 시작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성과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초 예정대로 5년간 사업을 지원하고 나면 각 기관에서 자율 운영하게 돼 있다. 좋은 의견을 듣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으면 한다.

◇브래들리 베이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국제연구인력 교류사업 관련해 제안을 받았을 때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한국에서 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막상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인재와 에너지, 자원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아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다. 한국의 강점은 인재와 에너지다.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연구 개발에) 갈등도 있고 성장통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처음에 KIST에 왔을 때 외국인 연구진이 많지 않았다. 뉴로 사이언스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한국연구원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패트릭 다이아몬드 국가핵융합연구소(NFRI) 핵융합이론센터장=한국에 오게 된 결정적 이유는 원하는 방식대로 관심에 맞는 연구팀을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속해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는 KIST처럼 많은 인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경력을 버리고 한국에 왔는데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한 듯했다. 그러나 적절하게 연구팀을 구성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박항식=우리 정부의 국제 연구 인력 교류사업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연구 환경 등에 어려움은 없는가.

◇다이아몬드=가장 큰 어려움은 출연연 WCI(World Class Institute) 센터를 운영하는데서 발생한다. `박사 후 과정(포스트닥터)`과 계약 문제다. 주거 환경과 의료제도 등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해외 연구진 유치 후 관리에 문제가 있다. 훌륭한 연구진에게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자리에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계약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포스트닥터 성과는 포스트닥터 후 얼마나 좋은 자리로 진출할 수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외국에서 훌륭한 인재를 유치한 만큼 안정적인 연구와 정년이 보장돼야한다.

◇래리 코헨 KIST 기능커넥스믹스연구단 겸직연구원(예일대 세포분자생리학과 교수)=더 오랜 기관 연구원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많다. 독일이 그렇다. 독일은 세계 2차대전 이전 훌륭한 과학국가였다. 이후 안정적 연구 환경이 제공되지 않았다. 50년 넘어서야 노벨상이 나왔다. 5년 기간은 성숙한 연구 환경을 위해서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캐나다 예도 있다. 30여년 전 캐나다 알버터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 석유로 돈을 많이 벌게 되면서 과학기술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동료 연구원 중 한명이 알버타 주로 이주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예산 투자는 많았지만 장기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고 있던 예일대는 300년 이상 장기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성과 측면에서 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항식=우리가 처음 사업을 준비할 때 10년 기준으로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했지만 정책적인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장기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 협력을 통해 내년 쯤 좋은 결과를 도출해보겠다. 다른 의견은 어떤 것이 있나.

◇다츠오 이도 가천대 테라그노스틱컴파운드 개발연구소장=다른 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인 브레인 풀(Brain Pool) 참여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인재 유치사업은 미리 예산을 확보해 연구비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좋은 점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제약 사항이 너무 많다. 사업 자체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대표 사례가 해외 체류 기간이다. 지금 계약상 프로젝트 하는 동안 밖에 나갈 수 있는 기간이 20일 정도다. 고향을 자주 방문하고 싶지만 계약 상 자주 못 가는 상황이다. 연구원 특성을 고려해 융통성을 제공했으면 한다.

◇레이몬드 에릭슨 생명공학연구원 키노믹 기반 항암연구센터장=WCI 프로그램 기본 목적 중 하나는 국제연구인력 교류다. 외국계 연구원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인력을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연구실에서 좋은 연구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많은 인력이 해외에 나가서 연구 활동에 참여한다. 문제는 이 인력이 어떻게 운용되는 가다. 생명연에서도 연구원을 미국에 수차례 보냈지만 짧은시간 머무르고 다시 돌아왔다. 미국 연구실에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접하고 교류할 수는 있다. 그러나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논문을 쓸 수는 없다.

◇다이아몬드=WCI 프로그램도 해외 기관에 한국 우수 인재들을 보낸다. 가시 같은 규정이 있다. 특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돌아와야 한다. 그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해외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넉넉히 줘야 한국 연구원이 해외에서 `협업`을 할 수 있다. WCI 센터장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여러 계약 조건과 규정이 있는데, 한국 연구자와 해외 유치 연구자에 적용되는 규정이 다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 부분은 불편하다고 생각이 든다. 동일한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WCI 사업 지속성에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박항식=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말까지 정부에서 지속하고 이후에는 출연연내 안정적인 고유 임무 수행을 위한 블록펀딩 예산으로 포함돼 있다. 다음부터는 경쟁을 통해 프로그램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에릭슨=경쟁을 통해 프로젝트 지속여부를 결정한다는 이야기인데, 경쟁이란 점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WCI 전체 성과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과학기술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나 과학적 성과를 두고 경쟁 시키는 것인지 이런 부분이 어렵다. 특정 연구원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에 익숙하고 다른 연구원은 주변 인력이나 후임을 훈련시키는 것, 즉 연구 능력을 함양시키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는 예산 확보를 위해 사업 계획서나 제안서를 낼 때 이 두 가지 형태로 내고 있다. 이런 점을 국제 연구인력 교류사업에서 참고했으면 한다.

◇이창준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책임연구원=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KIST도 정부에서 블록펀딩을 받는다. WCI 예산으로 내년도까지 지원이 보장된 상태다. 2015년부터는 기존 블록펀딩에서 추가 지원 예산이 있다. 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KIST가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KIST란 기관 내 모든 프로젝트가 경쟁을 하는 것이다. KIST 내부에서 WCI 프로그램이 좋은 명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원 입지도 좋고 제대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추가 예산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WCI가 아닌 (KIST 내부 사업인) 다른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박항식=지금까지 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인 WCI와 BP 프로그램이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해외 유치 인력뿐 아니라 우리 인력이 해외에서 좋은 연구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고민하겠다.

정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