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정치권 불신에 이 회장 `사면초가`…비자금 수사 정치권 뇌관될 수도

이석채 KT 회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은 참여연대가 고발한 배임 혐의에서 비자금 조성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낙하산 인사 논란, 불투명한 경영, 저조한 경영실적 등 각종 의혹과 비판이 도마에 오르면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특히 여야 의원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질타하는 가운데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불참하면서 정치권의 퇴진 압박이 가중됐다.

◇검찰 수사 직격탄

검찰은 참여연대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장을 고발함에 따라 지난달 22일 1차에 100여명의 수사인력을 동원, 압수수색을 한데 이어 지난주 31일에는 2차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이 100여명의 수사인력을 특정기업 압수수색에 동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가 스마트(SMRT) 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팔아 KT와 투자자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으로 재차 고발하기도 했다.

◇도 넘은 외부 인사 영입에 매출 하락세도 겹쳐

비전문가 외부 인사의 과도한 수혈은 오히려 사내외 인사의 화학적 결합을 막았다. 전문위원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차별적 연봉제, 주요 보직 인사 독점 등에 내부 불만이 쌓이면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오죽하면 전문위원으로 영입한 인사들이 전문가가 아닐뿐더러 내부 인사 역시 정치꾼들만 양산했다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였다.

매출 하락도 여파가 컸다. 지난 7월에는 KT 역사에 드문 실적 악화를 기록했고, 3분기 마감 결과도 신통치 않은 성과를 거뒀다. 모두 외부 요인이라기보다는 내부 요인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입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독차지하게 되면서 KT 내부 인사들이 움직이지 않았고, 이는 하부조직인 전국 단위 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쳐 실적 하락을 자초했다.

◇여야, 정부 모두 등 돌려

KT 안팎에서 제기된 이 회장의 독선적 경영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부터 문제로 부각된 이슈였다. 더욱이 이 회장은 MB정부 출범과 함께 KT에 입성한 이후 초기 KT의 혁신을 주도하던 때와는 달리 회장 연임 문제와 영입된 인사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면서 초심을 잃어갔다. 참여연대의 고발로 시작된 야당의 문제제기와 함께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 회장의 독선적 경영을 질타할 정도가 됐다. MB정부 인사 및 박근혜정부와 가까운 인사를 영입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것이다. 특히 국내 유력 일간지를 앞세운 `이석채 일병 구하기`가 오히려 자충수가 돼 돌아왔다는 후문이다.

규제기관과의 불협화음도 불신을 자초했다. 정부 주파수 정책의 수혜를 입은 사업자가 특정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 정책당국을 몰아붙이는 사례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특히 수천명의 노조원이 규제기관인 미래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은 해당 규제기관의 장관을 역임한 이 회장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인의 장막에 갇혔다”

이 회장이 부르짖은 혁신을 가로막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혁신하겠다고 영입한 인사들이었다는 게 KT 안팎의 평가다. 전문가도 아닌 검찰, 변호사, 정치인 혹은 정치인과 연을 맺은 인사를 이른바 `전문위원`으로 무차별 영입하면서 혁신의 동조자가 될 수 있었던 KT 내부 인사들의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 부메랑이 됐다.

KT 내부 출신 중 발탁한 인사도 이 회장과 학연으로 맺어진 인사를 초고속 승진시키면서 `올레KT`와 `원래KT` 인사의 화학적 결합을 막았다. 특히 검찰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에도 최측근 영입인사들이 본인들의 이해관계에만 함몰돼 이 회장의 귀와 눈을 막아 사퇴시기를 놓쳐 결국 KT 사상 초유의 대규모 압수수색을 불러오게 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같은 이 회장 측근 인사들의 소환조사와 비자금 수사가 정치권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식 사임 시기 놓고 여진 남아

하지만 이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시했지만 새 CEO 선임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당장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KT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마지막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인건비 절감 방안을 비롯해 임원 수 20% 축소, 고문·자문위원 제도 폐지, 배당정책의 일시적 조정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연말까지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KT 안팎에선 사임이 결정된 최고경영자의 경영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가 바람직하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황태호 기자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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