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유일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공장(팹)인 지멤스가 본격 양산에 돌입하며 도약에 나선다. 최근 MEMS 전문가를 신임 대표 이사로 선임하고 국내외 MEMS 설계 업체들과 외주 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해 소품종·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MEMS는 지난해 기준 110억달러(약 12조 3332억원)에 이르는 큰 시장이지만 그동안 국내에는 전용 팹이 없어 전문 업체들도 쉽사리 뛰어들기 힘들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멤스(대표 이상철)는 최근 국내외 MEMS 설계 회사 10곳과 외주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양산을 위한 개발 단계 업체도 10군데 확보했다. 박사급 공정 개발 인력도 충원했다.
MEMS는 반도체 생산 공정을 응용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미세 기계 부품과 전자회로를 집적하는 기술이다. 가속도·자이로 센서, 광분배기, 피코 프로젝터에 주로 쓰이는 디지털광학프로세싱(DLP) 등 다양한 제품이 MEMS 공정에서 생산된다. 최근에는 신호 발진기(오실레이터) 등도 크기를 줄이고 대량 생산하기 위해 MEMS 공정에서 양산되고 있어 성장성이 크다.
지멤스는 지난 2011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구축한 인천 송도 RFID/USN센터 일부인 MEMS 팹을 민영화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NIPA가 574억원을 현물 출자하고 지멤스 컨소시엄이 320억원을 현금 출자해 합작 법인이 만들어졌다. 8인치(200㎜) 웨이퍼 첨단 공정으로 구축됐지만 공정 기술력이 떨어지고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해 지난 2년여간 적자난이 지속됐다.
지난달 지멤스 컨소시엄의 대주주인 아이에스시(ISC)테크놀러지가 자사 MEMS 전문가인 이상철 상무를 대표로 선임하고 재정비에 나섰다. 직원 수를 줄이는 대신 석·박사급 전문 인력을 채용했다. 월 운영비도 30% 이상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객사 찾기에 주력했다.
적외선(IR) 센서와 주변 부품, 반도체 테스트용 프로브(prove) 카드, 마이크로폰 업체를 우선 고객사로 확보했다. 대기업에 연구개발(R&D)용 파운드리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상철 대표는 “내년 연간 매출액을 150억원까지 끌어올리고 오는 2015년 흑자 전환 후 추가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국내 MEMS 산업의 연구개발(R&D)부터 시생산, 양산까지 일괄 생산 체제를 갖춘 팹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