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업계가 주목한 것은 바로 `경량화`다. 자동차가 가벼워진다면 자연스럽게 연비는 높아진다. 그러면서도 안전을 보장할 만큼 튼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동차 경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과 직결돼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강제하는 규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를 지키지 못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산업계에서 자동차 경량화는 그 정도로 절박한 과제다. 경량화를 위해서는 자동차 바디와 부품에 사용된 소재의 무게를 낮추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소재 업체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
최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BMW의 새로운 전기차 i3 역시 탄소섬유를 채택해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기를 장착하면서도 무게는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소섬유 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등도 자동차 차체 무게를 줄이는 소재로 각광받는다. 이 외에도 자동차 업체들은 여러 소재를 대안으로 삼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소재 업체들도 자동차 업체와 손을 잡고 자사 소재가 채택된 시범용 자동차를 제작하기도 한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를 위해 배터리 성능을 끌어올리고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과제다. 이 역시 배터리에 사용된 소재 성능에 따라 좌우된다. 분리막 기술은 충전 시간에 직결된다. 심지어 코팅재나 접착용 레진 조차도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소재 테크 페어에서는 스미토모화학과 에보닉이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혁신 소재를 전면에 소개했다.
스미토모화학은 플라스틱에 주목했다. 자동차에서 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기준 61% 정도지만 2020년에는 그 비중이 55%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플라스틱이 16%에서 18%로, 또 다른 대체 물질이 17%에서 2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미토모는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프로폴린 옥사이드 등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쿠조 오가와 스미토모화학 CTO는 “자동차 한 대당 PP는 약 65kg이 사용된다. 이를 금속으로 바꾸면 300~350kg에 해당할 것”이라며 “스미토모화학은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PP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F(Long glass fiber reinforced)-PP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유리섬유는 PP와 혼합이 잘 되지 않지만, 스미토모는 이를 혼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재는 자동차 프론트엔드 모듈, 백엔드 모듈 등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다.
프로폴린 옥사이드는 자동차 시트처럼 편안한 쿠션감을 제공해야 하는 분야에 주로 사용된다. 이 역시 무게를 줄여준다.
이 외에도 합성 고무도 공급한다. 합성고무는 타이어 뿐만 아니라 창문과 문 접착 부분 등에도 적용된다. 타이어의 경우 합성고무가 얼마나 저항력을 갖느냐에 따라 적은 연료를 소모하면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에보닉은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다양한 소재군을 보유한 독일 기업이다.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줄이는 기술, 가벼운 차체 소재, 리튬이온 기술 등을 앞세우고 있다.
에보닉의 대표적인 제품인 로하셀은 탄소섬유와 샌드위치 구조로 사용되는데, 차체에 주로 쓰이는 금속과 비교해 70% 정도가 가볍다. 사이드 윈도나 선루프 등에 사용되는 플렉시 글라스라는 소재는 유리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40~50% 정도까지 유리 무게를 감소시킬 수 있다. 타이어에서는 회전 저항을 낮춰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용진 상무는 “연료 절감과 직결되는 회전 저항은 기존 기술과 비교해 35%정도 줄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8% 가량 연료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