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직원보다 기업을 이끄는 CEO가 창조형 리더가 돼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비전과 미션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혁신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30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포럼 월례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노동 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도 못미친다”며 “근로자 문제가 아닌 리더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1993년 반도체 제조장비 제조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한 벤처 1세대 CEO다. 20여년간 누적 연구개발(R&D) 비용으로 4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미래 시장을 개척한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이란 주제로 강연을 맡은 황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업을 이끈 사람은 대부분 `보스형`이었다”며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 방식을 정확하게 이끌어내는 `리더형` CEO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황 회장이 제시한 보스형 CEO는 목표를 세우지만 목표 성취를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한다.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혁신을 요구하고 스스로 창조하지 못해 노동 효율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미국 대비 46% 수준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GDP 4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리더형 CEO가 산업을 이끄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황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임직원은 창조보다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벤처와 중소기업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CEO 중심으로 창조 인프라를 조성해야한다”고 말했다. 모방과 개선을 통해 `2만달러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1%를 실천해 창조와 혁신으로 성장하는 것이 `4만달러 대한민국`을 위한 과제다.
리더형 CEO는 미래 성장동력도 제대로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ICT, 반도체, 자동차, 조선, 중공업 등 지금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과거 일본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중국 신성장 산업 가운데 90% 이상이 우리나라와 중복된다는 것이 황 회장이 우려하는 산업 동력 문제다.
황 회장은 “중국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 투자 대비 30배 이상 많은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며 “동일한 산업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이 제시한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은 `슬로(Slow)` 산업이다. 24시간 365일 노동하는 산업은 오늘날 창조 경제에 적합하지 않다. 농업·어업 등 1차 산업과 인프라·ICT 분야의 2차산업, 서비스 분야 3차산업이 융·복합돼 행복지수가 높은 창조 산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행복지수에 초점을 둔 `슬로 산업`이 힘들고 고생스러운 `노동`을 즐겁고 행복한 `일`로 전환시킬 수 있다”며 “1차산업과 과학기술·ICT가 만나 높은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