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 `첨험(chumhum)`은 한 소프트웨어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하다. 첨험이 임의로 검색순위를 조작해 자신들의 회사명을 검색 결과 페이지에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혐의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이 때문에 자사가 파산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첨험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요구한다. 첨험의 수난은 이 뿐만 아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한 개발자가 미 국가안보국(NSA)이 인터넷 기업들을 통해 감청, 감찰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받는다고 폭로했다.
첨험의 경쟁사인 에델스타인이라는 검색 기업은 매우 적은 사람에 한정해서 협력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폭로전을 피해갔지만 첨험의 CEO인 닐 그로스는 서울에서 북한 반체제 인사와 만난 적이 있어 NSA로부터 함구령이 내려져 해명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첨험 사용자들의 이탈이 거세지면서 매출에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미국 법정드라마 `굿와이프`의 시즌 4에서는 `첨험`이라는 검색 기업이 종종 등장한다. 미국 최대는 물론 세계 검색엔진 최대 점유율을 아우르는 기업인데 현실 세계로 치면 구글, 바이두, 야후 등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첨험 CEO인 닐 그로스가 한국에서 북한 반체제 인사를 만나 첨험이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를 비밀리에 교환했다는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첨험을 고소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분노했던 검색 결과 페이지 원리는 무엇일까. 검색엔진이 검색결과의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은 구글, 네이버, 다음 등 검색엔진에 따라 다르다. 같은 검색엔진이라 해도 웹문서, 블로그, 이미지, 동영상 등 검색 카테고리에 따라 차이가 난다. 똑같은 콘텐츠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검색 엔진에 따라, 또 카테고리에 따라 검색 결과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과 가중치를 다르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이 검색결과의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 구성 요소는 크게 다섯 가지다.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이 분류한 것에 따르면 △웹문서 권위(Authority) △문맥으로 본 검색 키워드 일치도(Context) △검색하는 사람의 반응(Feedback) △웹문서 사용 편의성(Usability) △웹사이트 신뢰도(Credit)라고 한다. 어떤 검색엔진이든 이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검색결과의 순위를 결정한다. 다만, 각 기준별로 가중치를 다르게 두고 있을 뿐이다.
첨험은 이런 가중치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구성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고 반론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믿을 수 없다며 알고리듬을 밝히라고 말한다. 닐 그로스 CEO는 “명백한 기업 비밀”이라고 재판장을 박차고 나가기에 이른다. 결국 법원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손을 들어주며 첨험 검색엔진의 알고리듬을 밝히라고 판결했지만 첨험은 원고를 돈으로 매수했다. 결국 `영업 비밀`은 보안이 유지된 채로 남게 됐다.
이어 방영된 첨험이 NSA에게 정보를 넘긴다는 에피소드도 현실성이 짙다. 세계적으로 구글이 NSA의 정보수집프로그램인 `프리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기관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짙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공식성명을 내어 “구글 사용자 정보를 요청한 정부기관 수와 범위를 공개할 수 있게 해달라”며 떳떳하다고 반박했지만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는 거둬지지 않고 있다. 과연 첨험, 현실과 얼마나 밀접하게 묘사된 것일까.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