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49>인간관계의 발전과 유형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 계산을 해본다.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이 사람을 안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잔머리를 굴려보고 계산이 어느 정도 끝나면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맺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또 다른 사람을 우연히 만나거나 누군가의 소개로 만난다.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고 왠지 끌린다. 머리가 계산하기 이전에 이 사람과 만나 얘기하면 왠지 통할 것 같은 예감이 다가온다. 머리로 계산하기 이전에 가슴이 먼저 말한다. 전자의 만남은 계산적이고 조건적인 만남이고, 후자의 만남은 무조건적 만남이다. 후자의 인간관계가 깊어질수록 내가 먼저 말을 하든, 상대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든 그 사이에는 조건 없이 무조건 발 벗고 나선다. 인간관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조건적인 만남일 때만 튼실한 신뢰 속에서 오랫동안 유지된다.

요즘 스승과 제자간의 무조건적 관계보다는 선생과 학생이 계산적이고 조건적인 만남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조건을 따져보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조건이 충족될 때만 선생과 학생의 관계는 유지된다. 스승 다산과 제자 황상의 관계에서도 제자를 생각하는 애틋한 스승의 마음과 스승을 한없이 존경하는 제자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교류된다. 제자 황상은 스승 다산을 만나면서 운명이 바뀐다. `삶을 바꾼 만남`의 저자 한양대 정민교수는 `어떤 만남은 운명`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나는 스승이 하자고 하면 최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계산이 관여할 틈이 없다. 오로지 따뜻한 가슴의 연대만이 존재할 뿐이다. 영혼을 움직이는 스승은 점차 사라지고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이 많아지고, 삶의 큰 뜻을 배우려는 제자는 사라지고 돈 되는 지식과 기능을 배우려는 학생은 늘어나는 판국에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길을 모색해본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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