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여인의 네 번째 공통점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좋은 와인일수록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좋은 와인일수록 최소 몇 시간 전에 열어 놓고 공기 중 산소와 접촉할 시간을 갖지 않으면 와인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디캔터에 와인을 따라서 몇 시간 공기 중 산소와 접촉시켜야 와인은 드디어 자신의 맛과 향을 열기 시작한다. 여인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와인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듯이 여인도 오랜 기간 동안 정성을 들여 마음을 끌어야 비로소 빗장 걸린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다섯째, 좋은 와인과 아름다운 여인일수록 코달리가 오랫동안 유지된다. 코달리는 와인을 마시고 난 후에 남는 잔향(殘香)이다. 좋은 와인일수록 와인을 마시고 난 뒤 그 진한 코달리가 없어지지 않고 입가에 맴돌고 코에서 떠나지 않는다. 코달리가 좋은 와인은 며칠 동안 진한 향기가 가시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여인일수록 한 번 만나고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미모뿐 아니라 인간적 면모가 선명한 이미지로 오랫동안 뇌리에 자리 잡는다. 뇌쇄적인 여인일수록 뇌리에 각인돼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여섯째, 좋은 와인일수록 다시 마시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듯 아름다운 여인일수록 다시 만나고 싶은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다. 코달리가 오랫동안 남는 와인일수록 그 향기가 가시기 전에 다시 마시고 싶은 충동을 자제할 수 없듯 아름다운 여인일수록 보고 또 봐도 다시 보고 싶은 느낌이다. 와인이든 사람이든 매혹적인 것은 인간적 자제력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숨어 있는 것이다. 입안에서 감도는 맛과 목 넘김을 잊을 수 없는 와인처럼 진한 여운과 깊은 인간적 면모를 지닌 여인은 다시 항상 설레게 만든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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