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기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 단기 성과에 급급한 우리나라 소재 산업 연구개발(R&D) 관행에 일침을 놨다.
호소노 히데오 일본 도쿄공업대학 교수는 최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세라믹학회 추계연구발표회` 참석차 방한해 “인내하고 또 인내하라”며 “한국은 전자 산업 강국이지만 소재와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상용화보다는 기초 기술 연구에 정부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천 기술이 있으면 상용화는 언제든 할 수 있다”며 “사업화는 기업에 맡기고 기초 기술을 많이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호소노 교수는 산화물 반도체 기술 권위자다. 그가 개발한 산화물 TFT 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외 LCD 패널 업체가 잇따라 양산 투자에 나서면서 고부가가치 시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번달 발표된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광학을 연구하면서 과학에 발을 들인 그는 석사 때 비정질 반도체 전문가인 카즈노부 타다나 교수를 만나 전공을 바꿨다.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아예 전자 분야로 눈을 돌렸다.
그 와중에 산화물 반도체가 유기 결정과 유사한 수준으로 전자이동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비정질 실리콘에 비해 전자이동도가 100배가량 빨라지는 기술이다. 그는 “다양한 원천 기술을 연구하다보니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신소재를 발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P 타입 반도체와 슈퍼 컨덕터다.
P타입 반도체는 상보형 금속산화반도체(CMOS) 공정에 적용 가능하다. 전자이동도는 낮지만 전력 소모량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차세대 반도체 소재를 대체할 갈륨옥사이드(Ga2O3)도 연구 중이다. 그는 “당시 인기에 따라 휩쓸리기보다 차별화된 분야를 연구하면 획기적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갈륨옥사이드는 열에 강하고 플렉시블 기기를 구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호소노 교수는 “슈퍼 컨덕터는 한계가 없고 치열하게 연구할 수 있는 분야지만 일본·중국에 비해 한국의 젊은 과학자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아쉽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국 소재 산업에 조언도 덧붙였다.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기술을 따라잡고 있다”며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산화물 반도체 기술에 적극 투자하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