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통신료 원가 공개 찬반 공방…세계 유례없는 `판도라 상자` 열릴까

통신료 원가공개 찬반 공방

“국민 전체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동통신서비스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적정한 가격에 제공되어야 할 정책적 필요가 현저하고, 피고(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사에 대한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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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서울행정법원은 참여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통신요금 원가산정 자료공개 행정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이 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2005년 이후 이동통신 3사 시장점유율을 볼 때 과점적 경쟁요소가 고착화됐다”고 판단했다.

통신사 원가공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항소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서다 의원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소송을 취하할 수도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통신업계는 원가공개 가능성이 높아지자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영업비밀을 무장해제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원가공개를 정치논리로 강제하려 한다며 극렬하게 저항할 태세다. 법원에서도 일부 공개만 허용한 `판도라의 상자`가 완전히 공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시민단체 압박에 정부도 `공개카드` 만지작

이동통신 3사는 매 회계연도 종료 후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영업 통계 △역무별·결합판매 영업 수익 명세서 △역무별 영업비용 △인건비 △영업외 손익 명세서 △영업통계 △형태별·기능별 유형자산 감가상각 명세서 등이 포함된 영업 보고서를 정부(구 방통위, 현 미래부)에 제출해야 한다.

참여연대와 국회 등 시민·사회 진영은 이 자료가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이용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요금 가격 형성이나 내용이 자유경쟁시장 원리에 따라 형성된다고 보기 어려워 관리기관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크다는 논리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보공개법상 공개를 요구한 내용들이 경영과 영업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정당한 이익에 저해될 우려가 없다”며 “통신사 원가보상률이 최고 122%에 달해 폭리를 취하는 등 독과점 시장에서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며 투명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방통위 시절 광범위한 공개 방침을 검토한 바 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해 1심 판결 이후 전체회의에서 “판결에서 공개하라는 것들은 공개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 대부분 공개된 것”이라며 “추가 공개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국민 이익에 반해 사업자를 보호하려한다는 시선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최문기 미래부 장관의 “소송 취하 후 정보공개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통신요금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많고 편협한 논리에 좌우되지 않을 만큼 시장이 성숙됐다”며 “적극적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통신사 극렬 저항 “민간 사업자 발가벗기겠다는 것”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통신비 원가공개에 자의반·타의반 찬성 입장인데 반해 통신사는 극렬하게 저항한다.

민간기업 영업비밀을 강제로 공개하는 것은 시장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래부가 밝힌 소송취하 입장에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에 제출하는 영업보고서와 요금 약관 인가·신고를 위한 설명자료는 통신사의 핵심 경영영업 비밀이자 자산”이라며 “기밀자료가 보호받지 못하고 경쟁사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기업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고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협할 우려가 크다”고 반발했다.

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신고사업자와 달리 영업비밀성이 높은 정보가 제출 자료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판례에서도 아직까지는 통신사 관련 원가자료가 공개된 전례가 없다는 것도 통신사 주장을 뒷받침한다.

2002년 서울 고등법원은 KT에 시내전화 요금 산정방식과 원가 내역을 공개하라는 청구 소송에서 “영업상 기밀에 속하는 정보를 공개할 경우 경쟁력 약화는 물론 민영화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보공개에 따른 피고(KT)의 이익침해가 지나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 압박을 통해 정부의 소송취하를 이끌어낸 점도 시빗거리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미래부가 소송을 포기해 재판이 중단되고 자료가 공개된 경우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국회가 이에 관여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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