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크는 홈쇼핑?’, 알고보니 ‘혼자만 크는 홈앤쇼핑!’
출범 2년만에 매출 1조원을 앞둔 홈앤쇼핑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 15일 국감에서 선발업체들보다 오히려 비싼 수수료장사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과연 300만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그동안도 홈앤쇼핑이 중소기업 우수제품 발굴이라는 당초취지를 외면하고 기존 5대 홈쇼핑의 히트제품 재편성으로 수익만 추구한다는 시각은 있었다. 중기중앙회 김기문회장이 운영하는 로만손의 고가 명품시계를 황금시간대에 판매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업계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경영실적이 발표된데 이어 국감에서 수수료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 무용론’까지 나오는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 홈앤쇼핑이 ‘쪽박’?... 출발부터 대박행진 =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판로개척을 명분으로 내세워 2011년 6월 신규 홈쇼핑 채널로 선정됐다. 명분에 걸맞게 주주구성도 중소기업중앙회(32.93%)를 비롯 농협경제지주(15%), IBK기업은행(15%), 중소기업유통센터(15%)가 참여했다.
2011년말 이효림 홈앤쇼핑 초대대표의 출사표는 “이익을 안남기고 중소기업 지원에 올인하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2012년도 `영업이익 제로`를 선언하면서, 마진을 최소화하고 남는 이익은 중소기업 상품 지원에 모두 투입하겠다고 공언도 했다.
2012년 1월 7일 전국 방송 송출을 시작한 후, 홈앤쇼핑 내건 슬로건도 ‘함께 크는 홈쇼핑’. 국민 MC 유재석이 등장한 TV CF에서도 ‘남기는 것은 꼴등, 돌려드리는 마음은 1등’라는 카피를 썼다. 회사 수익률이 눈에 보이게 ‘뚝뚝’ 떨어지는 실적 그래프는 ‘꼴찌 경영철학’을 대변했다.
또다른 CF에서는 아예 회사가 ‘쪽박’을 차겠다고 공언했다. 개그맨 정범균은 구멍이 뚫려 물이 줄줄 새는 바가지를 들고 나와 코믹한 표정을 짓는다. 이때 흘러나오는 광고 멘트는 “고객에게 선물을 퍼주고 또 퍼주고 또또 퍼주기 때문에, 우리는 쪽박 고객은 대박”이다.
하지만 실제 경영성적표를 들여다보면, 홈앤쇼핑은 누가 봐도 출발부터 대박행진. 2012년 취급액(반품 및 교환을 뺀 매출)은 7068억원으로 당초 목표였던 5000억원을 40%나 초과달성했다. 영업이익도 첫 해부터 210억원이나 기록했다.
올 해는 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취급액만 513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150억원보다 무려 86% 늘어났다. 내년이면 NS홈쇼핑을 따돌리고 5위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텃밭인 홈쇼핑업계에 뛰어들어 눈부신 경영성과를 일궈낸 것은 결코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 업계최저 수익률 알고보니 꼼수, ‘배송비는 별도’ = 홈앤쇼핑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 S급 및 A급 홈쇼핑 방송채널 확보, 슬림한 조직운영 때문에 `중소기업에 퍼주고도 수익이 남았다`고 말한다.
특히 수수료는 중소기업 배려 차원에서 업계 최저를 유지해 왔다는 게 회사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홈쇼핑의 수수료는 통상 판가의 32~33%인데, 이를 29%선으로 내렸다는 것. 홈쇼핑사업에서 가장 큰 원가부담인 플랫폼 송출 수수료와 카드수수료를 낮췄기 때문에, 입점업체들에게 그만큼 더 깍아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최저수수료가 알고 보면 계산된 꼼수라고 말한다. 타 홈쇼핑은 수수료에 포함시키는 배송비를 입점업체에게 떠넘긴 결과라는 것.
홈앤쇼핑을 비롯 CJ와 현대, GS, NS 총 5군데 쇼핑몰과 거래해온 지방의 모 업체 이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제품가격이 싸거나 반품율이 높으면 홈앤쇼핑의 수수료가 오히려 비싸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회사가 홈앤쇼핑에 지불해온 수수료는 33~34%선. 대기업계열 쇼핑몰은 37~38%였기 때문에 처음엔 중소기업이라 배려받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3000원의 배송비를 따로 내기 때문에 판가가 10만원일 때 수수료는 3% 올라갔고, 5만원 미만의 저가제품은 6% 이상의 수수료를 더내는 셈이었다. 반품이 많을수록 배송비가 불어나 타사보다 홈앤쇼핑에서 마진이 덜 남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오영식 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밝힌 홈앤쇼핑의 입점수수료는 평균 32.0%선. 이는 대기업 계열사인 GS샵(31.4%)과 롯데홈쇼핑(30.7%)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홈앤쇼핑측은 “2012년에는 중소기업 제품을 84%가량 편성해 판매했으며 수수료율도 물류비 3%를 포함해 30.3%로 동종 업계 최저 수수료”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같은 최저수수료 논쟁은 무의미 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홈앤쇼핑이 이윤추구보다 상생발전에 무게를 둔다면, 전품목 수수료를 20%대로 낮춰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예 우수 중소기업 제품에 한해 홈앤쇼핑이 사입을 해주거나, 제품 생산비용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 로만손시계 판매 편성, 과연 문제 없나 = 홈앤쇼핑은 개국초기 나름대로 중소기업 스타찾기에 성공해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한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장수돌침대를 재등장시켰고, 대성아트론의 주서기 ‘대성헬스믹’이나 정투어의 ‘제주도 여행상품’ 등을 히트상품으로 만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조건은 중소기업 제품 80% 였지만, 처음엔 95%까지 편성비율을 지켰다.
하지만 점차 중기제품의 비중이 줄어 올해는 80.9%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대기업은 12.4%에서 14.0%, 수입제품은 4.0%에서 5.1%로 다소 늘었다. 한때는 수입농산물 판매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호주산 비프스테이크, 캐나다산 돼지목살, 미국산 아몬드, 뉴질랜드산 키위, 칠레산 블루베리,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문제였다.
최근에는 고가의 명품인 로만손 시계를 수 차례 판매한 것과 관련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로만손의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 중기중앙회는 홈앤쇼핑의 최대주주인데다, 김회장은 홈앤쇼핑의 공동대표직도 맡고 있다. 게다가 로만손은 중소기업과는 거리가 먼, 시가총액 1천억원이 넘는 코스닥 상장사다.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 우수상품 발굴’이라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홈앤쇼핑으로부터 입점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한 중소업체 여성CEO는 “판매실적은 없어도 품질만은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홈앤쇼핑의 내부품평회에 참가했다가, 한 평가위원으로부터 0점을 받아 모욕감마저 들었다”면서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만 찾는 MD들의 분위기에 적잖게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회사의 아이디어 제품은 GS 홈쇼핑에 론칭되어 방송마다 매진을 기록하면서 홈앤쇼핑에서 무시당했던 상품성을 입증했다.
10년이상 홈쇼핑 밴더로 일해온 K씨는 “MD들이 신상품 발굴에 모험을 걸지 않고, 기존 거래선의 제품을 재탕 편성하고 있다”면서 “수수료 장사나 하려면 뭐하러 홈앤쇼핑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는다. 홈앤쇼핑 주주사의 한 간부도 “중소기업과 홈쇼핑이 상생할 수 있는 발전방향을 제대로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만일 홈앤쇼핑으로 안된다면 중소기업만 100% 편성하거나, 혹은 직원 50명 미만 소기업 중심의 신규 홈쇼핑 채널을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고 `홈앤쇼핑 무용론`까지 주장했다.
이에 홈앤쇼핑 측은 “자체 상품심사기구인 상품선정위원회는 외부 전문가와 소비자 위원, 홈앤쇼핑 상품 담당자 15명으로 구성되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상품을 선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쇼핑 무용론에 관해서는“홈앤쇼핑은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상생펀드 300원을 조성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3%의 저리대출을 시행하였으며 연말에는 초과이익 최대 20%를 협력사에게 돌려주는 성과공유제를 업계 최초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에도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액수수료 방송을 금지하고, 최저 수준의 판매수수료율을 유지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