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기존 시장질서를 깨야 가능하다. 기존 사업자들이 군림하는 시장에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나아가 기득권 세력을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강자로 올라서게 된다. 이른바 시장파괴자의 등장이다.
애플은 통화와 메시지만 오가던 휴대전화 콘셉트를 손안의 PC로 바꿨다. 스마트폰으로 노키아의 오랜 아성을 무너뜨렸다. 한 때 핀란드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는 신세가 됐다.
광학필름을 대체한 디지털카메라나 카세트테입·CD를 한꺼번에 제압한 MP3. 이들도 모두 세상에 없던 제품을 처음 선보이며 신시장을 개척한 예다.
기득권 세력은 시장이 굴곡없이 유지되면 좋다. 안주하려는 마음도 생겨난다. 하지만 요즘처럼 빠른 기술변화 속도는 끊임없이 기존 시장질서의 틈을 파고든다. `상대방 새 기술은 별 것 아니다`라는 안일한 인식은 도전자들에게 추격의 빌미를 준다. 변화를 읽지 않고 자기 영역만 고집하다 낭패를 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삼성이 계열사별로 새해 경영계획 작성에 한창이다. 삼성은 글로벌 최고 IT기업 반열에 위치했다. 이제는 안정권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부진즉퇴(不進卽退)라 했다.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기존 틀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남들보다 한발만 앞서는 데 강점이 있다. 반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혁신적인 시장파괴 사례를 보여준 적은 많지 않다.
수성전략은 옳지 않다. 전통적으로 자기 것을 지키려는 자는 공세에 나서는 이를 제압하지 못해왔다. 혁신은 후발주자만 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깨고 나아가야할 시장은 많다. 삼성 역시 더 치열한 혁신경쟁을 계속해야 한다.
전자산업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