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신용카드, 휴대폰 충전기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됐다. 그럼에도 아직은 보통 사람에게는 낯선 용어다.
소비자들은 `ISO` 혹은 `KS`라는 표시를 수없이 보고 들어봤겠지만 아직은 단순한 품질표시 정도로 인식하는 실정이다. 표준이 우리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표준은 합의에 따라 작성되고, 인정된 기관에 의해 승인된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최적의 수준을 성취할 목적으로 제정되고, 공통적이고 반복적인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기업, 정부, 사회에 다양한 도움과 혜택을 제공하는 1만9200여종의 국제표준을 자발성과 합의성에 기초해 개발해왔다.
표준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의 행복`에 있다. 이를 반영해 국제표준화 단체가 지난 14일 `2013년 세계 표준의 날`을 기념해 내놓은 메시지는 `우리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국제표준(International standards ensure positive change)`이다.
최근 들어 세계화된 시장과 기후변화 대응 문제 등을 놓고 표준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세계 시장에서 표준의 영향력이 커지고 표준화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표준은 소비자 보호, 자원 절약,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필요했다. 요즘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관세 장벽이 낮아지는 대신 기술 장벽이 높아지면서 표준의 또다른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전통적으로 표준화, 품질·성분표시, 비교테스트는 소비자 보호의 3대 방안으로 꼽힌다. 국제소비자기구(CI)는 일찍이 지난 1964년 총회에서 소비자 제품과 서비스 표준을 위해 유엔 표준기관과 협력을 강조했다. CI는 지금도 ISO 등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2013년 세계 표준의 날 메시지를 살펴보면 에너지 효율화부터 교통, 경영시스템, 기후 변화, 보건·의료, 안전, 정보, 커뮤니케이션 기술까지 표준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고령자·장애인 편익 증진을 위한 제품·설비 등에 관한 기준과 보호 장치도 표준 분야에서 새롭게 부각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2년 국가산업표준(KS) 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제품에서 서비스로 표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강조되고 있다. 지난 2008년까지의 초점이 산업육성을 위한 표준에 맞춰졌다면 2009년 이후로는 생활공감, 국민행복을 위한 표준으로 옮겨가고 있다.
표준은 이해당사자간에 합의된 약속이다. 표준은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 속에 완성된다. 지난 6월 소비자와 사회복지단체가 참여한 `국민행복표준협의회`가 출범해 활동하는 것도 다양한 이해당사자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진정한 국민행복표준이 완성되려면 표준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전 부처로 관심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기업은 제품 수명을 길게 하여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는 표준화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표준 사용자가 표준 제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교육과 홍보 활동도 필수적이다.
표준은 강제적, 일방적인 통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합의된 약속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민이 표준화 과정에 참여해 원하는 것을 말하고, 그 말이 통하고, 말한 것이 표준으로 이뤄지면 국민들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송보경 국민행복표준협의회 위원장·서울여대 명예교수song@s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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