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미국이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17일 극적으로 타협했다.
상원 여야 지도부는 16일간 이어진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끝내고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원도 이를 그대로 표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상원 합의안이 예산 및 재정 현안 처리를 내년 초까지 한시적으로 뒤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해 미국 정치권의 갈등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합의안은 셧다운된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열어 내년 1월 15일까지 현재 수준에서 예산을 집행하도록 규정했다. 국가 부채도 상한을 새로 정하는 게 아니라 내년 2월 7일까지 끌어다 쓸 수 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잠정 예산안과 부채한도 증액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즉각 서명해 발효할 계획이다. 예산 전쟁의 종료가 형식적 절차만 남은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협상에 끌어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웠다”며 “그러나 협상을 막는 것은 전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베이너 의장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에게 상원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오하이오주 지역방송 등에서 “공화당은 잘 싸웠지만 당장 이기지는 못했다”고 오바마 대통령과의 예산 전쟁에서 패배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의 폐지 또는 축소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은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 2014 회계연도 예산안과 부채 상한 재조정안을 오바마 케어 시행 유예, 재정 적자 감축방안 마련 등과 연계하기 위해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 및 민주당과 첨예하게 맞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합의안이 처리돼 미국이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나면 예산 전쟁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긴 것이냐`는 질문에 “승자는 없다”며 “우리는 이미 대가를 치렀다”고 답변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