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트카, 웨어러블 컴퓨팅을 비롯해 모든 사물을 인터넷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발달은 삶을 더 편리하게 해주지만 주파수 부족과 간섭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통신 문제를 가져온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TV 방송용 주파수를 통신 주파수로 전환하려는 것도 이런 사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17일 워싱턴포스트는 FCC가 수백여 TV방송국을 대상으로 통신용으로 전환할 방송 주파수 대역을 찾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주파수를 사용하던 방송국은 운영이 중단된다. 예상 시점은 내년이다.
FCC는 여기서 생긴 주파수를 경매로 버라이즌이나 AT&T 같은 이동통신사에 할당한다. 무선 통신에 접속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 병목 해결이 목적이다. FCC는 방송국이 사용권을 얻어 쓰고 있는 20여 채널 주파수를 통신 주파수로 전환할 방침이다.
관건은 방송국의 협조다. 워싱턴포스트는 방송국들이 FCC 계획 참여에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TV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FCC의 계획은 무용지물이다. 방송사 사이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일고 있다. 몇몇 방송사는 계속 사업을 운영하길 원하지만 심사숙고하는 곳도 적지 않다. 서로 눈치를 보는 통에 어떤 방송사도 지역 경쟁사에 자사의 의도를 알리려 하지 않는다. 섣불리 사업을 중단했다가 경쟁사에 이익만 안겨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방송분야 핵심 단체인 미국방송연맹(NAB)도 FCC의 계획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낸다. 많은 방송국이 사업을 종료할수록 정부와의 협상력은 낮아진다. 외국어나 종교, 대학 등 소규모 방송국이 사라지고 거대 방송사만 남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FCC를 옹호하는 70여 방송사가 계획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단합했다.
계획대로라면 방송국 주파수 경매에 따른 이익은 모두에게 돌아간다. 방송사는 짭짤한 판매 대가를 받고 방송 산업에서 발을 뺄 수 있다. 통신사는 확보한 주파수 대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 경매에서 생긴 이익 중 일부는 국가 네트워크 프로젝트에 쓰인다.
제시카 로젠워셀 FCC 위원은 “사업을 접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 사항은 아니다”라며 “경매에 참여하는 방송사는 다른 방송사와 채널을 공유하게 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채널에서 요일마다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방송사 주파수를 통신 주파수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우리나에서도 일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남는 주파수를 통신사에 재할당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방송사가 주파수를 사용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경매 수익은 정보통신발전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