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을 전부 바꾸고 싶다”.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미국 이야기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셧 다운을 초래하고 그것도 모자라 국가 디폴트 위기로 몰고 있는 미국 의원을 향한 미국 사람의 성난 목소리다. 미국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60%가 현재 의원을 모두 바꾸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부터 국정감사(국감)가 시작됐다.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처음 열린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국감에서는 정부의 갈등관리가 도마에 오르는 등 첫날부터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본래 국감은 국정(행정부)의 비효율과 정책 오류를 잡아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국감은 `기업 감사`로 변질됐다. 올해도 기업인 증인이 196명이다. 지난해(164명)보다 32명이 늘었다. 2년 전(80명)보다는 2.5배나 많다. 재계 거물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일부 대기업 CEO는 2~3개 상임위에 중복 출석해야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경영자는 주주와 종업원, 고객에 일차적으로 책임을 지면된다. 또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입법부의 몫이 아니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하면 된다. 국회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주 임무다.
기업과 기업인이 문제가 있으면 해당 부처를 먼저 감사하는 게 순서다. 기업인은 추후에 부르면 된다. 그런데도 국회는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라도 하듯 이번에도 기업인을 대거 소환했다. 오죽하면 재계에 국감 포비아(phobia·공포증)라는 말이 나돌까.
지금은 기업가 정신을 추스를 때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할 일을 국회가 먼저 권위를 앞세워 면박주고 꾸짖는 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인지 묻고 싶다. 혹시라도 다른 계산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답답할 뿐이다. 이번 국감은 내달 2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이미 싹이 노랗지만 그래도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이번 국감이 말 그대로 `기감(기업 감사)`이 아닌 `국감`이 되기를 말이다.
세종=방은주 전국취재팀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