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탈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1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공덕동 그룹 본사와 조석래 회장 및 아들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일 때 가져가지 않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장부,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7일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아 국세청으로부터 효성의 세무조사 자료를 넘겨받았다.
조 회장과 아들 삼형제 자택에도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으로 검찰이 고강도 수사에 나서자 효성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된 오후까지 홍보 담당 임직원들은 연락을 끊는 등 외부와 접촉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동안 임직원의 휴대전화를 한곳에 모아놓고 통화를 하지 못하게 해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며 “정해진 규정에 따라 잘 준비해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에서 부실 회계처리와 관련, “1998년 외환위기 때 생긴 부실을 국민의 혈세로 연결되는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10년간 이익을 내서 갚아온 것”이라며 “비자금이나 횡령 등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조 회장 일가가 1000억원대 차명주식을 관리하며 각종 양도세와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타 그룹처럼 1970년대부터 경영권 보호를 위한 우호 지분 확보 차원에서 친인척 등 지인들에게 명의신탁을 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을 감추기 위해 1조원대 분식회계로 법인세를 포탈하고, 1000억원대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 원대 손해를 끼친 의혹도 있다. 이에 앞서 서울국세청 조사 4국은 지난 5월부터 효성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달 30일 조석래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효성그룹은 자산규모 11조원이 넘는 재계 26위 기업으로, 조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