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의 이행실적 점검을 부실하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통위가 사업자가 제출한 보고서에만 의존해 종편의 운영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규제·감독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결성한 종편·보도PP 승인 검증 TF는 11일 민주당 유승희 의원실과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 생태계 회복을 위한 종편 규제의 진단과 제안` 주제 토론회를 열고 자체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종편의 승인조건 중 주요항목 △방송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 방안 △소수시청자 지원방안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 △국산 방송장비 산업 기여 계획 및 연구개발(R&D) 방안 △콘텐츠 산업 육성·지원방안 등 5개를 집중 점검했다.
TF는 `지역균형 발전`과 `소수시청자 지원방안`에 종편 4개사 모두 이행실적이 미흡했으나 방통위는 전반적으로 성실히 이행했다고 평가한 점을 지적했다.
TF는 “성실히 이행했다는 방통위 평가는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방통위가 무슨 내용을 근거로 이렇게 평가했는지 근거 자료를 상세히 밝혀야 하며 부실평가가 의심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 항목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에 TV조선, JTBC, 채널A가 공정보도위원회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TV조선만 도입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지난 8월 TV조선에만 시정명령을 내렸다. TF는 “JTBC와 채널A에도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TF는 “방통위가 구체적인 점검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채 `전반적으로` `대체로` 등의 추상적인 표현으로 `인상비평` 수준의 평가를 내리는 데 그쳤다”며 “시정명령 대상 외에 미이행 사항은 어떻게 이행을 강제하고, 규제할 것인지 아무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TF는 검증보고서에서 종편의 재방송 비율이 SBS의 4~6배 수준에 달한다고도 설명했다. 지난해 각 종편의 재방송 비율은 JTBC 60.8%, 채널A 58.5%, TV조선 58.1%, MBN 40.5%로 조사됐다. 이는 한해 전인 2011년 SBS의 재방송 비율인 10.8%보다 약 6배 높은 수치다.
장르별 편성 비율을 살펴보면 JTBC는 오락 프로그램 비중이, MBN은 보도 프로그램의 비중이 특히 높았다.
TF는 “부실한 평가가 이뤄진 가장 큰 원인은 방통위가 사업자가 제출한 보고서에만 의존해 이행 실적을 점검하기 때문”이라며 “내년에 있을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이런 부실한 이행실적 평가 자료를 사용할 경우 또 한 번의 심각한 부실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우려돼 개선이 필요하다” 지적했다.
〃 항목별 이행 실적 검증 평가
자료: 종편·보도PP 승인 검증 TF 보고서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