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觀相)이라는 영화를 봤다.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백윤식 등 한국영화 간판스타가 대거 등장하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호화 배역보다는 관상과 심상 그리고 일상과 세상의 관계가 주는 깨달음과 교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내경 역)는 부딪히는 파도를 바라보며 세상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난 파도만 보았소. 바람이 불어야 파도가 치는 것을…. 파도가 높이 치면 부서지게 마련 아니겠소”라고 말한다. 파도만 보는 사람은 관상만 보는 사람이고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는 사람은 관상에 담긴 문맥과 상황을 읽는 사람이다.
관상은 특정한 맥락과 환경의 산물이다. 즉 그 사람이 살아온 일상(日常)과 세상(世上)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그런데 하수 관상쟁이는 관상을 만들어낸 일상과 세상을 보지 못한다. 그저 겉으로 드러난 이목구비가 만들어내는 면상(面相)을 통해 관상을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진짜 관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은 그 사람의 성장배경과 환경, 지금 살아가는 일상과 부딪히는 세상사의 맥락 속에서 관상에 담긴 심상(心想)을 꿰뚫어 읽어내고 그가 꿈꾸는 세상을 구상(構想)한다.
진짜 관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은 관상에 담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고 보이는 부분을 예측하는 통찰과 혜안을 지녔다. 한마디로 관상에 담긴 그 사람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읽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관상은 몰라도 눈치는 자기가 더 낫다`고 얘기하는 김혜수(연홍 역)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관상은 면상을 보는 눈이지만, 눈치는 관상을 포함,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총체적으로 보는 눈이다. 눈치 없이 관상만 보는 사람은 관상에 담긴 한 사람의 인생 궤적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반쪽짜리 관상쟁이다. 이런 사람은 관상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면상에 담긴 표면적 인상만 볼 줄 아는 절름발이 관상쟁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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