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실현할 시장으로 꼽혔던 코넥스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는 8일 개장 100일을 맞지만 출범할 때 기대했던 것과 달리 거래량과 거래액 등에서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가 개장 한 지난 7월 4억4000만원 수준이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2억23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량은 7만1030주에서 2만6878주로 62% 감소했다. 시가총액은 4688억원으로 출발해 7월말 4964억원, 8월말 546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9월말에는 5447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개장 이후 64거래일 동안 50거래일 이상 매매가 체결된 종목은 하이로닉, 랩지노믹스, 태양기계, 아이티센시스템즈, 아진엑스텍 5개사에 그쳤다. 비앤에스미디어는 단 2거래일에만 매매거래가 있었고 그나마 8∼9월에는 단 1주도 거래되지 않았다. 개장 첫날 21개였던 상장 기업 수도 3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코넥스 기업의 주가 상승도 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이로닉, 옐로페이, 웹솔루스 등 18개 종목이 상승했지만 적은 거래량으로 형성된 주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관련 기업과 금융업계는 코넥스 시장을 살리기 위해 코넥스 투자 세제 혜택 도입과 정책자금 집행 등 각종 정책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루 빨리 국회를 정상화해 조세 특례제한법과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을 처리해 벤처캐피털의 코넥스기업 투자 물꼬를 터줄 것을 주문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벤처캐피털이 코넥스 상장사에 투자할 때 법인세를 일부 면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벤처캐피털의 상장기업 투자가 20%로 제한돼 있는 것을 코넥스 기업은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장 사다리펀드의 코넥스 펀드 진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코넥스펀드를 조성하면서 2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코넥스시장에 참여시킬 계획이었으나 진입 시기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또 상장 기업과 일부 투자자는 개인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예탁금 3억원에서 1억원 수준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와 투자자예탁금이 3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런 장벽이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개인 투자자예탁금 규제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금융위원회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아직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코넥스가 부진에 시달리면서 사실상 식물시장이 되어버린 프리보드의 전철을 되밟아 `제2의 프리보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한국거래소는 “단순히 거래량과 거래금액으로 시장의 성패를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시장 성패를 판단하려면 최소한 2∼3년은 흘러야 한다”며 “세제혜택 등 법이 시행되면 코넥스가 벤처 등 중소기업 자금창구역할을 할 정도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넥스 현황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