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 게임 때부터 10년 이상 지속돼온 모바일게임 숙명의 라이벌 경쟁이 결국 게임빌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컴투스는 창업자이자, 대주주가 경영권을 넘기면서 모바일게임 15년 역사를 내려놓았다.
게임빌은 두 회사 간 레이스에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스마트폰게임 대중화에 따른 대형·외국 업체의 공세와 수익성 악화라는 위협에는 더 많이 노출됐다. 두 회사가 목숨을 걸다시피 밀어붙여온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시너지를 찾아내고, 전 세계 오픈마켓에서 경쟁력 있는 신작을 끊임없이 내놓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모바일게임 1세대 마무리
스마트폰게임 이전 모바일게임 시장은 4강 구도로 움직였다. 지오인터랙티브, 엔텔리젼트, 컴투스, 게임빌이었다. 지오인터랙티브는 네오위즈에 팔렸고, 엔텔리젼트는 넥슨이 가져갔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까지 넘어와 경쟁을 이어오던 두 회사가 게임빌로 정리됐다.
게임빌이 컴투스와의 화학적·비즈니스적 융합으로 독자 생존은 물론이고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커나간다면 1세대로 출발해 최종 승자에 오를 수 있다. 모바일게임 업계에선 게임빌 하나쯤은 `원조`가 남아 시장을 지켜주길 바라는 시선이 많다.
◇넥슨-엔씨 인수에 비견
게임빌의 컴투스 최대 지분 인수는 모바일판 넥슨의 엔씨소프트 최대 지분 인수로 받아들여질 만큼 닮아 있다. 개발력 위주로 입지를 다져온 컴투스가 서비스·마케팅에 상대적으로 능한 게임빌 품에 안긴 것이 그렇고, `각자도생`으로는 시장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피를 섞는 선택을 한 것도 그렇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치열한 1·2위 경쟁을 벌인 관계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서로 상대의 존재로 인해 경쟁의 자극을 받던 관계도 정확히 겹친다.
넥슨과 엔씨의 합작이 현재진행형이듯이 게임빌과 컴투스의 합작 모델과 시너지 창출 방향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도 공통점이다.
◇넷마블·위메이드도 `예의주시`
스마트폰게임 시장에서 무섭게 질주하는 CJ E&M 넷마블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도 이번 `사건`을 긴장 속에 주시하고 있다. 하나씩도 거북한 경쟁자가 사실상의 한 몸체로 움직이게 되면 그만큼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넷마블과 위메이드는 해외 플랫폼 덕분이 아니라면 아직 글로벌시장에선 출발에 가깝다. 오히려 모바일게임을 일찍 시작해 주요 국가에 법인을 운영 중인 게임빌과 컴투스가 일부 경쟁에선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빌·컴투스 연합군이 어떻게 글로벌 성공사를 써나는가는 두 회사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뜨거운 관심사다.
게임 업계 한 전문가는 “하반기 들면서 두 회사의 실적 위축에 관한 위기감이 그어느 때보다 고조됐다”며 “오랜 시간 경쟁하면서 확인해온 서로의 장점을 가장 잘 아는 회사끼리 뭉쳐서 경쟁력도 높이고, 규모의 경제도 맞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