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위기에 `보조금 선(善)효과론` 급부상…"후방 경제효과 고려해야"

"후방 경제효과 고려해야"

“강도 높은 보조금 규제와 단속이 팬택을 추락시켰다.”

재기를 꿈꾸던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이 박병엽 부회장 사퇴, 직원 3분의 1 무급휴직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재차 위기상황에 내몰리자 억제 일변도인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정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조금 남발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막더라도 보조금이 유발하는 후방 경제효과와 소비자 복리후생 진작효과 등은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긍정적 효과론`의 첫 번째 근거로 높은 생산·고용유발 효과를 꼽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정부의 보조금 단속이 본격 강화되자 월평균 200만대 안팎이던 국내 휴대폰 시장 출하량은 월 150만대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국내 휴대폰 시장 경색으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팬택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보조금 시장 활성화 덕택으로 국내 시장에서 고가 단말기의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이는 국내 제조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팬택처럼 국내 시장 비중이 높은 제조사는 보조금 단속으로 존폐 위기까지 맞을 수 있고, 이는 결국 일부 제조사의 독과점을 유도해 오히려 시장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이동통신서비스 회사의 보조금 집행 규모를 낮춰 통신요금 인하와 설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수개월째 지속된 `보조금 빙하기` 동안 사실상 눈에 띄는 요금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요금 인하로 가입자 증가 효과를 거둔 선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낀 보조금만큼 통신요금을 전격 인하하기에는 상당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신요금은 그대로인데 단말기 가격만 높아져 사실상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휴대폰 보조금 규제는 명백한 경쟁제한 행위로, 오히려 모든 소비자에게 비싼 값으로 휴대폰을 사게 해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보조금으로 이윤을 챙겨왔던 판매점 역시 울상이다. 한 판매점 사장은 “이동통신 생태계의 한 축인 유통 종사자의 생계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며 “하루에 대리점 수백곳이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유통 종사자가 직장을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조금 선(善)효과를 위한 대안으로는 피처폰 시절에 정해진 보조금 상한선을 27만원에서 상향조정하는 방안 등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 대신 단말기 가격 인하로 소비자 혜택을 높이고, 유통경쟁 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규제 찬성` 주장도 견고하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판매점이 과열 보조금을 보고 장사를 시작했다가 시장이 정상화되니 호구지책을 내놓으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보조금을 믿고 제조사는 출고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턱없이 높이고, 보조금 혜택을 못 받는 소비자는 차별적인 피해를 보는 구조를 없애려면 단속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 역시 “혼탁한 통신시장 투명화를 위해 보조금 단속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조금·투자·요금할인 경제효과 비교(2003~2008년 합계)

자료:김용규 한양대 교수 논문

팬택 위기에 `보조금 선(善)효과론` 급부상…"후방 경제효과 고려해야"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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