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조치 12월께 나올 전망
“저는 골프존을 운영한지 3년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장사가 잘 됐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더니 지난해 가을부터 매상이 아예 거의 3분의 1 이상 줄었습니다. 요즘요? 매상이 말이 아닙니다. 많이 아픕니다. 많이 후회됩니다. (중략)양은 제 살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이 있어도 울지도 않는다고 하던데, 내가 마치 양과 같습니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0/01/481919_20131001173405_836_0002.jpg)
골프존(대표 김영찬·김원일)이 공급한 스크린골프 장치(기계)를 사용해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가 지난해 3월 어느 스크린골프 매체에 올린 글이다. 이 글에서 점주는 스스로를 `노예`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당시 이 글은 “골프존 스크린골프 매장주의 심정을 잘 표현했다”며 큰 공감을 얻으며 파장을 일으켰다. 그때부터 시간이 꽤 흘렀지만 골프존 스크린골프 매장주가 처한 열악한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6월 이상직 민주당 위원이 국회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스크린골프를 독식한 골프존이 시장지배력 남용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현재 공정위는 골프존에 대한 현장조사를 끝내고 자료를 분석 중이다. 골프존에 대한 공정위 제재 조치는 12월께 나올 전망이다.
한때 벤처성공 아이콘으로 불렸던 골프존이 동반성장과는 거리가 먼 `갑의 횡포`로 여론의 비난과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스크린골프 매장주들은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은 골프존이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고 비난한다.
골프존의 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은 90% 안팎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1~3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75%를 웃돌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
김준범 공정위 대변인(국장)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부당한 가격이나 물량 결정, 경쟁사 방해 행위, 소비자 이익 저해 행위를 하면 일반적 사업자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제재를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한 골프존은 코스닥에 상장, 시가 총액 수천억원에 달하는 회사로 비약 성장했다.
매출도 2008년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896억여원(연결재무재표 기준)을 기록했다. 2007년(314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9배나 커졌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69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이 20%가 넘는다.
시장 지배력도 계속 높아졌다. 골프존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골프존 기기를 사용하는 사이트(스크린골프매장)는 5203곳에 달한다. 2011년 2분기 3944곳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스크린골프매장주 모임인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의 한 관계자는 “(골프존이) 매장 수로는 전체의 약 80%, 기계수로는 약 9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골프존이 `나홀로 고속성장`하고 있는 반면에 골프존의 파트너나 다름없는 매장주들은 경영난에 신음하고 있다. 한 매장주는 “골프존과 우리와의 관계는 사실 악어와 악어새 같은데 악어만 배부르고 악어새는 날로 여위어가고 있다”면서 “많은 스크린골프장이 차마 폐업은 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영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