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부원생활가전은 4년 전 대만SMP타이완을 인수합병(M&A)해 부원ACT를 설립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을 기회로 터치스크린패널(TSP)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부원ACT는 대만 핵심 인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최근 시트타입 커버유리일체형(G2) TSP 상용화에 성공했다.
회사는 소니뿐 아니라 ZTE·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에 시트타입 G2 TSP를 납품했다. 국내 TSP업체들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시트타입 G2 TSP는 국내 업체가 수년간 상업화를 시도하다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부원ACT는 최근 3.5세대 G2 TSP 설비를 들여 대만에 제2공장을 완공했다. 조만간 국내 시장으로 역진출할 계획이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M&A가 새로운 성공 모델로 떠올랐다.
국내 기업이 해외 업체를 인수해 원천기술 확보와 차세대 소재·부품 상용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간 글로벌 M&A는 대기업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중소·중견기업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중소·중견 소재부품 업체들이 해외 M&A를 추진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자체 R&D에 대한 욕심이 많은 데다 해외 M&A를 추진할 경험과 노하우도 부족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자체 기술만으로는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려워졌다. 단기간에 기술력을 확보하고, 사업 기반을 넓히기 위해 M&A가 대안으로 부각됐다.
일본·대만 소재부품 업체들이 실적 부진으로 M&A 시장 매물로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부품 업체 옵티스는 지난 2011년 일본 산쿄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 사업을 100억원에 인수해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F 액추에이터는 고화소 카메라모듈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산쿄 AF 액추에이터 사업 인수로 옵티스는 스마트폰 부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신속하게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데도 해외 M&A는 유용한 방법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최근 260억원을 투자해 중국 인쇄회로기판(PCB)업체 TTL을 인수했다. 이번 M&A로 이수페타시스는 중국 현지에서 월 10만㎡ 규모 PCB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강원구 부원ACT 사장은 “경쟁력 있는 해외 기업에 투자해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면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성공적인 해외 M&A는 우리나라와 현지 국가 간 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