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인사가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주무 부처는 물론 청와대도 심혈을 기울이고, 상당수 인사는 대통령이 직접 들여다봤다니 일단은 새 기관장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사실 새 정부 출범 후 7개월여 만에 이뤄진 기관장 인사니 속으로는 인선 내용을 떠나 그저 반가운 마음도 있다. 오래 기다린 것은 기관장들도 마찬가지다. 기다림이 보약이 됐는지 신임 기관장 모두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구상에 열심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새 기관장이 처음부터 매우 의욕적이어서 직원들은 정신없다”며 하소연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공공기관이 복지부동(伏地不動)에 들어간 게 정권 말기인 지난해 하반기부터니 신임 기관장들의 공격적인 행보 소식이 나쁘게 들리진 않는다. 그만큼 늦었으니 다소 `오버`해도 괜찮다는 판단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오버페이스(Over pace)`다. 기계든 사람이든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움직이면 어딘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공공기관은 겉으로 보기엔 독립기관이지만 위로는 정부라는 시어머니가 있다. 기관장은 명실상부한 기관 대표지만 직원들에게는 2~3년 머물다 가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한 기관장은 “취임 전 밖에서 보는 것과 취임 후 안에서 보는 기관 모습이 크게 다르더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하고자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엔 간극이 존재한다. 그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 기관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흔히들 시작은 거창하나 마무리가 좋지 않을 때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한다. 새 기관장들에게는 `용두`라는 말 뒤 두 글자는 공란으로 남겨두고 싶다. 아니 이참에 `용두봉미(龍頭鳳尾)`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