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조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의 표류를 막기 위해 안전행정부가 한도(실링) 외 예산을 신청하는 우회 전략을 펼쳤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에 따라 재난망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내년에 시작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정기국회 중 `원 포인트 협상`을 통해 추가로 반영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 예산심의 본안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4년 안행부 정보화 사업 예산에서 재난망 사업을 아예 배제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은 타당성 확보를 전제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재난망의 경우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 없다”며 “한도 외 예산도 신청이 됐지만 같은 이유로 포함하지 않고 국회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망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는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하고 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6월 전에 결과가 나와야 했지만 9월 중순이 지난 현재까지 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안행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본 예산에 재난망 사업비 반영이 어려워지자 최근 한도 외 예산으로 약 280억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하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고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늦게라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도출되면 시범사업이나 설계 정도가 가능한 사업비를 확보할 방침이었지만 이마저도 기재부가 거부하며 사실상 모든 길이 봉쇄당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안행부가 재난망 사업에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국회 예산삼의 이후에도 기술적으로 예산을 반영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고 전제했지만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예산 배정이 정상적인 방법을 거치지 않고 확보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에 따르면 와이브로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2014년 한해에 1200억원, 테트라는 1500억원 예산이 필요하다.
KDI는 현재 테트라, 와이브로 두 후보 기술 중 와이브로에 대한 타당성을 최종 결론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발표한 와이브로 정책에서 “재난망 등 특수목적에 와이브로가 적용되는 선도 사례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도 변수다.
재난망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며 경찰·소방 등 321개 재난필수 기관 통신망을 연동하는 국가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든다.
이미 해당기관들은 2010년 재난망 사업이 재추진된 후 노후장비를 교체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전과 관련된 정부 정책이 명확하게 갈피를 잡지 못하며 현장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재난통신 솔루션을 공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재난망은 같은 소재로 10년 이상 미뤄온 사업”이라며 “KDI 예타 보고서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안행부·기재부 등 관련 부처가 추진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명해 업계와 관련기관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