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통신장비업계 800억원대 농협망 원천봉쇄될까 노심초사

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전국 5600개 농협 지점을 잇는 통합망 사업에서 원천 배제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2일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조만간 800억원 규모 농협 통합망 사업을 발주한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코위버, 우리넷, 텔레필드 등 국내 전송장비업체는 이 사업에서 액세스 장비인 다중 서비스 지원 플랫폼(MSPP) 공급을 타진 중이다. MSPP 공급 규모는 1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는 농협과 통신사가 상위망에 이미 구축된 글로벌 업체 장비와 같은 종류의 MSPP를 요구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전송업체 한 임원은 “농협이 제안요청서(RFP)에 글로벌 업체 MSPP 장비 규격을 명시하거나 통신사들이 기 구축된 장비와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글로벌 업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국내 업체들은 참여가 원천차단되는 차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와 국내 업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농협 통합망 사업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국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전방위로 뛰고 있다.

2011년 백본 장비는 글로벌 업체를 선정하고 액세스 장비는 국산 업체를 선정한 우정사업본부 통합망 사업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업체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최근 국내에서 대형 망 사업이 줄어들며 일감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글로벌 업체도 마찬가지다.

농협망 사업에 참여를 타진 중인 글로벌 업체 한 관계자는 “사업자가 기술적인 호환성이나 완성도를 기준으로 장비를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산 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광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MSPP 기술 수준은 세계 상위권”이라며 “적어도 농협 정도의 공공성을 지닌 곳에서 국내 업체가 진입단계부터 차단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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