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영국 보다폰이 가진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지분 전체를 인수했다. 130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로 역대 3위에 달하는 메가톤급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 다음 날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문을 72억달러(약 7조8900억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침체에 빠졌던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M&A는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살아남는 필수 수단이다. 특허와 인재 등 자산과 역량을 단시간에 확보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M&A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전문가도 M&A 성공확률을 50% 미만이라고 말한다. 어떤 M&A가 성공했는지 외부에서 평가할 수도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은 사업 경쟁력 강화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때 M&A에서 답을 찾는다. 성공적인 M&A 방법은 무엇일까.
유럽 채무위기와 미국 경기 침체 등으로 수년간 깊은 잠에 빠져 있던 M&A 시장이 기지개를 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기업의 유보금이 국내총생산(GDP) 50% 수준인 6700억파운드(약 1150조원)에 이르고 미국 기업 역시 1조8000억달러(약 1995조)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재투자에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저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M&A를 하려는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출구전략이 거론되는 등 싸게 돈을 빌릴 수 있을 때 거래를 마무리하자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불러온 모바일 혁명은 M&A를 더욱 부추긴다. 모바일 시장에 대처가 늦었던 기업은 M&A로 시장을 재편할 새 성장동력을 찾는다.
◇혁신 기술&인재를 찾아라
성공한 M&A 상당수는 매우 혁신적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초기에 인수한 사례다. 최근 기업은 부분적 자산과 역량을 갖고자 기업 전체를 M&A한다. 기업의 외형적 성장보다 지속 성장에 필요한 무형 자산 확보에 집중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수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5000만달러(약 532억원)에 불과한 투자로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후 세계 1위 모바일 운용체계로 만들었다.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구글은 지금처럼 애플과 경쟁할 수 없었다.
90%대 M&A 성공 신화를 쓴 시스코 역시 혁신적 신제품을 개발한 기업만 주로 인수한다. 시스코에 인수된 기업은 엔지니어와 과학자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한다. 재무적으로 어려워진 기업을 인수하는 국내 환경과 매우 다르다.
◇큰 규모가 능사는 아니다
M&A는 규모가 클수록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다. 액센츄어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이뤄진 500개 대형 M&A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작은 거래가 더 알차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A 성패를 좌우하는 비밀 유지나 복잡한 실사, 인수 후 통합 등도 작은 거래에서 더 수월하다. 대형 M&A가 성사된 후 인수에 성공한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승자의 저주다. 최근 위험이 증가하자 초대형 거래 대신 자금 부담이 적은 다수의 소형 거래가 급증했다.
M&A에 성공한 기업은 초기 다수의 소형 M&A를 추진하고 성과를 낸 후 대형 거래에 나선다. 여러 번의 작은 거래에서 M&A 역량을 축적해 실패 확률을 낮춘다. 최근 M&A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1억달러 안팎의 거래는 재무구조를 해치지 않고 인수 후 통합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인수 후 통합에 집중하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M&A 성공 비결로 기업 문화와 전략 등 두 기업의 철저한 통합을 꼽았다. 많은 기업은 인수 계약에만 공을 들이고 인수합병 후 통합관리(PMI:Post Merger Integration)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M&A에서 이렇다 할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든 이유를 PMI 실패로 지적한다. M&A만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A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PMI다. 인수합병에 성공하려면 서로 다른 전략과 프로세스, 시스템, 이질적 문화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PMI 과정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규모나 성격에 따라 빠르게 통합해야 할 때가 있고 아예 별도 조직으로 두면서 시간을 두고 두 기업 간 문화를 섞어야 할 때도 있다. 이종 산업일 때는 기존 체제를 유지한 후 서서히 통합작업을 진행한다. M&A는 계약 성사 시점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PMI가 완료되는 시점에 비로소 끝난다.
살아나는 인수합병 시장
◇M&A 6가지 오해와 진실
자료:액센츄어 (2002∼2009년 이뤄진 500개 대형M&A 사례 분석)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