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과 25일(현지시각) 이틀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와 주변에는 2만여 이방인이 운집했다. CJ그룹이 `한류의 모든 것`을 모토로 개최한 한류 페스티벌 `K-CON(CONvention)` 현장은 개막 이전부터 인산인해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K-CON` 개막일인 24일에는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애리조나에서 LA로 500마일(약 800㎞)을 달려, 하루 전에 도착했다는 낸시 여사 일행을 비롯해 줄을 선 이방인 모두 기대감과 설렘으로 상기돼 있었다. 캐나다에서 LA로 날아온 데이얼은 “`K-CON`이 캐나다에서도 열렸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인종과 연령, 계층을 불문하고 `K-CON`을 찾은 행렬은 이틀간 끝없이 이어졌다. 문화의 중심지 미국에서 한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CJ그룹이 개최한 `K-CON`은 콘서트(Concert)를 매개로 한류콘텐츠(Contents)와 우리나라 제품을 체험하는 컨벤션(Convention)을 융합, 우리나라에 대한 종합적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는 페스티벌이다.
K팝을 비롯해 영화 등 한류 콘텐츠뿐만 아니라 패션, 식품,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우리나라 상품을 소개하는 한마당이다.
CJ그룹은 지난해 10월 소규모로 `K-CON`을 개최했지만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자 사실상 본격적 개최로는 첫 회나 다름없는 올해 행사 규모를 2배로 확대했다.
지난해 하루 동안 진행했던 행사를 올해는 이틀로 늘렸다. 장소도 다운타운으로 옮겼다.
CJ그룹이 CJ제일제당을 비롯해 CJ E&M, CJ오쇼핑, CJ푸드빌, CJ CGV 등 주요 계열사를 참여시키는 등 그룹 차원으로 확대한 가운데 국내외 대중소 기업의 참여도 늘었다.
`K-CON`은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K-CON`은 CNN 등 89개 미국 매체, 신화통신 등 15개 글로벌 매체가 보도하는 등 총 200억원의 홍보효과를 올렸다. 올해는 150개 이상의 글로벌 매체가 보도, 홍보 효과가 300억~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K팝(Pop)을 넘어 K컬처(Culture)로
우리나라 가수의 공연을 비롯해 우리나라 드라마에 대한 토론회와 K팝 작사·작곡 스킬 배우기, 토론회 등 K컬처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이방인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K팝 스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팬 인게이지먼트` 프로그램은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미국을 비롯한 이방인 팬은 `K-CON`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자 추억이라며 환호했다. 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연신 치켜들었다.
글로벌 대중 문화의 중심지 미국에서도 K팝의 인기는 여전했다. 지난달 25일 저녁 7시에 열린 Mnet(엠카운트다운 What`s Up LA) 콘서트는 분위기를 최고조로 올렸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은 지드래곤, 에프엑스, 엑소, 다이나믹 듀오, 2AM, 틴탑 등 K팝 스타가 등장할 때마다 공연장이 떠나갈 듯 환호를 지르며, 한국어 가사를 목청 높여 따라 불렀다.
관객의 80% 이상이 미국인으로 채워져 미국 주류 사회에도 한류 열풍이 깊숙하게 파고들었음을 증명했다.
김현수 CJ E&M 컨벤션사업팀장은 “콘서트 티켓은 VIP 좌석(300달러)이 판매 개시 10분만에 1200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총 1만1000석이 동났다”며 사전에 인기를 예감했다고 말했다.
콘서트 종료 이후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비빔밥 만들기를 체험하는 K푸드 클래스와 한류 스타식 메이크업을 배우는 K팝 페이스 워크숍 등 다양한 K컬처 체험 이벤트도 콘서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비비고`는 한국 음식을 만드는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며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고, CJ CGV는 이동식 상영관을 마련해 `늑대소년`과 `몬스타` 등을 상영했다.
의상을 통해 미국 청소년에게 우리나라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인기도 뜨거웠다.
온스타일의 뷰티 관련 TV프로그램 `겟잇뷰티` 부스에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K팝 스타의 메이크업을 따라할 수 있는 클래스를 운영하며 메이크업 제품을 판매했다.
스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우현증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현장에서 펼친 메이크업 시연과 겟잇뷰티에 소개된 소녀시대 메이크업 따라잡기 영상이 공개되자, 관객은 눈을 떼지 못했다.
이같은 열기는 우리나라 상품 구매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가수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는 40∼50달러로 비싼 편이었지만, 구매 행렬이 길어 10분 이상 기다려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엔터테인먼트와 브랜드 마케팅 융합으로 글로벌 창조경제 제시
`K-CON`에는 아시아나항공과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이 스폰서로 참여했고, 현대자동차와 농심, SM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중소기업 등 총 75개 기업이 참여, 미국 현지에서 브랜드를 알렸다.
이들은 각각의 특성을 살려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는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4일 오전 진행한 시승 이벤트에 나이 제한을 두었음에도 250여명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미국은 16살이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어 부모와 시승을 신청한 청소년이 많았다. `K-CON 2013`을 계기로 `벨로스터` `쏘나타` `싼타페` 등을 체험한 이들이 미래에 고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또, 우리 고유의 순두부 음식 체인으로 `K-CON`에 참여한 중소 레스토랑 브랜드 `북창동 순두부`는 현장에서 매운 순두부 먹기 대회를 진행, 미국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창동 순두부` 운영담당 에드워드 한 이사는 “패스트푸드가 주를 이루고 있는 미국에서 한국의 정통음식을 전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특히 K-CON 2013은 미국 전역에서 온 젊은이에게 순두부 요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꼭 참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산 주얼리 액세서리 업체인 엠주(MZUU), 이도 녹차, 하이첸(Hichen) 화장품 등 중소기업도 미국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K-CON은 엔터테인먼트와 기업의 마케팅을 융합, 체험의 장을 만든 글로벌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로 손색이 없다. 기대 효과도 상당하다.
우선, 우리나라를 세계에 홍보함으로써 국가 브랜드를 높인다. 또, 트렌드에 민감하고 전파력이 빠른 미국의 10~20대 젊은 소비자에게 우리나라 문화와 제품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잠재 소비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잠재적 히든 챔피언을 키울 수 있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효과다. CJ그룹은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얻기 힘든 국내 중소기업에 적은 비용으로 시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상원 CJ E&M 아메리카 대표는 “K-CON은 한류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한류의 잠재적 소비자 확산을 도모하고, 한류 산업의 지속적 진화를 위한 목적”이라며 “K-CON이 한류 산업화를 이끄는 글로벌 페스티벌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지향점을 설명했다.
`K-CON`을 글로벌 시장에 한류 콘텐츠를 전파하고, 궁극적으로 K컬처 등 한류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CJ그룹은 K컬처를 대표하는 온리원 컨벤션으로서 `K-CON`을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유럽에서 개최, 한류 문화와 한류 비즈니스를 전파하는 글로벌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계획이다.
당장 CJ그룹은 오는 2014년 3대 전략 국가인 일본, 중국으로 KCON을 확산, 연 3~4회 개최할 계획이다. 이어 2단계로 2015년 이후에는 동남아로 확산, K-CON을 연 8회 개최해 아시아에서 한류 사업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마지막 3단계는 2020년 이후로, 유럽과 남미, 중동까지 확산, 세계에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