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스피드 경영이 슈퍼마리오를 다시 뛰게 만들 수 있을까?

지난 6월 27일 닌텐도는 경영진을 쇄신했다. 2년 연속 대규모 적자에 매출 반감이 더해지며 기업 가치가 땅에 떨어지자 선택한 자구책이다. 가장 큰 특징은 창업자 가문 출신의 야마우치 히로시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는 사실이다. 이미 11년 전에 이와타 사토루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겼지만 이번에 아예 현역에서 물러난 셈이다.

야마우치 회장을 포함해 70대 안팎의 고령 이사진 4인이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닌텐도 경영은 5인에서 3인 체제로 슬림해졌다. 이와타 사장과 함께 `슈퍼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 게임 개발 책임자 다케다 겐요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권한을 집중해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스피드 경영 전략이다. 닌텐도는 스피드 경영으로 침체된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한다.

1889년 야마우치 후사지로가 창업한 닌텐도는 113년 동안 야마우치 가문이 가족 경영을 이어왔다. 야마우치 고문은 3대째로 무려 52년 동안 사장 자리를 지켰다. 그는 2000년 이와타 사토루 HAL연구소 사장을 스카우트해 기획 총괄을 맡겼고, 2년 후 42세에 불과한 이와타를 사장으로 앉혔다.

야마우치 고문은 사내 기반이 취약한 이와타 사장을 배려해 6인의 집단 지도 체제를 만들었다. 대표권이 6인에게 나눠져 있는 기묘한 상황이지만 이와타 사장은 2004년 `닌텐도DS`에 이어 2006년 `닌텐도Wii`까지 연타석 만루홈런을 날렸다. 리먼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도 닌텐도는 천문학적 이익을 냈지만 스마트폰 혁명의 여파로 2011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실세로 전락했다.

이와타 사장은 스피드 경영을 모토로 세우면서 조직도 개편했다. 사장실을 경영기획실로 바꾸고 홍보 담당 부서를 사장 직속으로 편재했다. 사장의 생각이 현장에 보다 빨리 반영되도록 한 조치다. 미국 자회사도 이와타 사장이 CEO를 맡았다. 미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이와타 사장은 올해 1000억엔의 영업이익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현지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빌어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결국 고객의 관심을 끌 게임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닌텐도 게임 캐릭터의 주연은 `슈퍼마리오`다. 중년에 접어든 마리오는 특기인 점프로 닌텐도 부활을 이끌 수 있을까. “30년이 지난 게임기 시장의 수명이 다 했다는 일부의 주장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는 이와타 사장. 시장의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의 전략이 효과를 볼지는 내년 초 실적 발표에서 증명되기 마련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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