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오랜 시간 IT업계를 취재했지만 부끄럽게도 최근 처음으로 전자책을 한 권 샀다. 첫 느낌은 별로였다. 책장을 넘기는 맛이 부족한데다 화면으로 보이는 글씨가 영 눈에 부담스러웠다. 책 아래 퍼센트로 표시되긴 하지만 도대체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책장을 넘기다 보니 낯선 사용자 환경은 생각보다 빨리 극복됐다. 전자책의 장점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패드 하나에 보고 싶은 책 여러 권을 휴대하니 가볍게 들고 다니는 도서관이 생겨 든든하다.
전자책과 첫 대면 한 후 며칠 안 돼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파격적인 `매치북 (matchbook)` 서비스를 내놨다. 아마존에서 종이책을 구입한 사람은 그 책의 디지털 버전을 무료나 3달러 미만에 주는 정책이다.
아마존이 처음 책을 팔기 시작한 1995년 고객도 대상이다. 종이책이 있는데 굳이 적은 돈이라도 전자책을 살까, 5~10년 전에 구매한 책의 디지털 버전이 과연 필요할까란 생각을 하다 의문은 사라졌다.
당장 전자책으로 출판 안됐더라도 이왕 살 것이라면 아마존에서 종이책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멀리 보는 아마존 경영이다. 18년 전에 책을 산 고객까지 챙겨주는 회사다. 아마존은 종이책(오프라인)과 전자책(온라인) 도서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물론 고객의 마음을 얻었다. 수 천만 원짜리 자동차 보증기간이 5년인데, 만 원짜리 책 한권 보증기간은 18년이 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1인당 한 달 독서량은 채 한 권이 되지 않는다. OECD국가 중 꼴찌 수준인 0.8권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70%를 넘는다. 굳이 전자책 단말기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인프라는 충분하다.
책을 읽지 않는 문화를 전자책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국내에도 고객의 마음을 얻는 서비스가 나와 스마트폰 속 책장이 가득해졌으면 좋을 듯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