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년간 수많은 발전과 변화를 겪어온 방송은 주요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정보와 오락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매체나 수단보다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어릴 적 큰 건전지를 업고 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 앞에서 `동백아가씨`를 따라 부르거나, `김일`의 레슬링 시합을 보려고 대문 밖까지 모여 앉았던 것,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TV 앞에서 함께 소리 지르던 우리의 경험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면 과연 전통적인 방송만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기존의 방송은 영원무궁하게 이 영역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송의 긴 역사와 양질의 콘텐츠만으로 방송의 미래를 담보 받기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통신 기술과 멀티미디어 기기의 발전은 TV와 라디오 앞에서만 공유하던 서비스의 시공간을 허물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 놓았다. 또 파격적인 서비스 모델의 개발은 공짜 콘텐츠와 공짜 서비스를 만들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스마트폰이 촉발한 `올인원(All-in-one) 서비스`와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줌으로써, 각종 콘텐츠의 이용시간을 점점 늘어나게 유도하고 있지 않은가. 3차원 오디오와 3D 초고정세 영상까지도 각종 미디어(인터넷과 통신)와 웨어러블 단말을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통적 의미의 방송(Broadcasting)은 분명 여론을 형성 시키고 시민의 힘을 모으는 강력하고 독점적인 도구였다. 하지만 이러한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대신 콘텐츠에 따라서는 시청자가 프로슈머(Prosumer)로서 콘텐츠를 같이 만들어 가는 `참여형 다방향 서비스`가 필요해 보인다.
미래 방송은 모든 미디어를 아우르는 `다방향 방송`,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와 연계된 `참여 방송`, 그리고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진화할 `전문 방송`과 같이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결국 방송은 통신 기술을 흡수해서 주파수 효율을 높이고 서비스를 다양화 하는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해 보인다.
미래 방송 생태계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한 예를 들자면 유튜브(Youtube), 아마존(Amazon) 등 대형 포탈에 입주하고 있는 수많은 전문 채널을 들 수 있다. 콘텐츠 제공자들은 얼마나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 하는가, 또 무엇을 더해 새로운 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적당한 수준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제공자는 분야별로 전문화된 집단에 의해 자리를 점점 잃어갈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존의 방송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이용범위를 늘려가야 한다. 원하는 집단은 누구나 콘텐츠를 주고받도록 하는 `콘텐츠 페어 트레이딩(Contents Fair-Trading:상품과 가격 간 공정성이 확보된 거래)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콘텐츠가 새로운 콘텐츠의 자본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반복적인 재생산을 통해 가치를 최대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콘텐츠의 창조와 미디어의 공유는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양대 토양이 될 것이며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추세로 보인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새로운 방송의 혼돈 없는 정착과 발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고, 육성책을 논의 해 나아갈 시기이다.
김상룡 미래창조과학부 PM sangryong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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