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음이 갈수록 시끄럽게 들린다. 듣고 싶으면 잘 들리지만 듣고 싶지 않아도 그냥 들린다. 듣고 싶지 않다고 귀를 인위적으로 닫을 수는 없다. 귀는 언제나 세상을 향해서 열려 있다. 듣고 싶은 소리는 점차 줄어들고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점점 많아지는 세상, 그래도 들리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하지만 한 쪽 귀로 들어온 소리는 다른 쪽 귀로 나가면서 머리에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잘 지워지지 않는다. 관심을 아예 다른 곳으로 돌려 의도적으로 다른 것을 들어보려고 노력해본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입을 막으면 되지만 듣고 싶지 않으면 귀를 막을 수는 없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에는 너무나 소음이 많은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려고 하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직장인(職場人)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직장암(直腸癌)이라고 한다. 내 말을 들어주려는 사람보다 자기 말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래서 말하고 싶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암에 걸린다고 한다. 암(癌)이라는 한자를 보면 입(口) 세 개를 산(山)을 막아서 병(病)에 걸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정한 리더는 입담의 대가가 아니라 경청의 달인이다. 말하기 전에 들어주고 들어준 다음 내가 할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생각만큼 말하고 싶은 게 그리 많지 않은데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할 말은 많지만 쓸 말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필요한 말을 선택해서 하지 않고 발설하고 싶은 막말을 마구 퍼부어대니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내 귀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다. 듣고 싶지만 들리지 않는 소리, 소리는 나는데 내가 듣지 못하는 소리, 그 소리를 찾아 내 귀를 활짝 열어야겠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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