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지난 상반기에는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선과 편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손인춘 의원이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적용 시간과 연령대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공분을 샀다. 뒤이어 신의진 의원은 게임을 마약, 도박, 술과 함께 국가가 관리해야 할 4대 중독 부문으로 지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법안을 발의해 업계를 허탈감에 빠뜨렸다. 웹보드 게임은 민간 기업이 자율 규제안을 내놓았지만 정부가 강도 높은 서비스 규제 정책을 발표해 지금까지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는 `산업 육성 지원은 안 해도 좋으니 규제는 말아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형성되고 산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정부 정책이 기여한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떤 문화든 양면을 갖기 마련인데 유독 게임에 대해서만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섭섭함이 짙게 배어있다.
이는 정부가 게임산업 육성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중국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의 게임 산업이 활기를 띠자 중국 정부는 게임 산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며 시장을 독려하고 있다. e스포츠 산업의 가능성을 한국에서 확인하고는 정부가 직접 선수에게 연봉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중국과 달리 일정 궤도에 오른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왜 지속적으로 정부와 사회의 규제 대상이 되고 있을까.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게임산업이 형성되기 전인 1970년대에 만화, 영화, 연극 등 문화가 정부 규제를 많이 받았는데 당시 분위기가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선, 철강 등 제조산업 육성을 최고로 여기던 시절이기 때문에 여유를 즐기는 무형의 문화산업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국 게임시장은 정부의 육성책이 필요한 초기 시장이지만 한국은 민간 자율에 충분히 맡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는데 여전히 정부가 규제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생산`과 `일`을 중시하고 노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문화 콘텐츠, 소프트웨어 등 무형 산업은 민간의 힘을 믿어야 성공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며 그 바탕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 방향이 필수”이라고 말했다.
특히 송 대표는 국민소득 4만달러를 돌파하려면 무형자산인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영역은 문화 콘텐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육성 정책 위주로 시장이 성장했지만 지금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며 “감성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무형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숙제”라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