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48개국 가운데 25위를 기록했다. 1년 만에 6계단이나 내려앉았다. 2004년 29위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순위다. 국가경쟁력 강화에 경고등이 켜졌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순위도 대부분 하락했다. ICT 강국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이동전화 이용자수가 5계단 떨어진 70위를 기록했고 광대역 이동통신 사용자는 2계단 하락한 4위에 머물렀다. 인터넷 이용자수도 15위로 4계단 하락했다. 과학기술 분야 항목도 줄줄이 밀려났다. 과학자와 기술인력 확보 용이성이 10계단, 지식재산권 보호가 8계단 낮아졌다.
은행건전성과 시장지배(독점)의 정도도 113위와 118위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용이성(118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115위) 등 금융시장 관련 항목이 대부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금융시장의 낙후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책 결정 투명성과 노사 간 협력 분야는 지난해 보다 각각 4계단과 3계단 하락한 137위와 132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해고비용(120위)이나 고용 및 해고 관행(108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97위) 등 노동시장 분야 항목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노사 문제가 시끄럽고 정책 결정 투명성이 낮다는 것은 기업 활동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는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외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할 때 검토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 주요 국제기관이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성적표는 초라하다. WEF 평가 외에 헤리티지 재단 평가에서도 지난해 31위에서 34위로 3계단 떨어졌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은행(WB) 기업환경평가는 각각 지난해와 같은 22위와 8위에 그쳤다.
시험 성적표가 좋지 않다고 머리가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객관적인 수치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국가경쟁력 하락을 손 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기업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를 더 풀고 개선하면 기업경쟁력이 상승하고 국가경쟁력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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