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지난 7월부터 저축은행·캐피털·상호금융·카드사 등 제 2금융권에서 연대보증이 전면 금지됐다. 시중은행에 이어 사실상 전 금융권이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연대보증은 그동안 벤처 창업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로 지적됐다. 그렇다면 이번 금융권 연대보증제 폐지로 창업의 숨통이 트이게 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창업자와 법인을 엮는 본인 연대보증은 엄연히 살아있다. 금융권이 폐지한 제도는 3자 연대보증에 국한된다.
1년째 벤처를 운영 중인 한 30대 청년 기업인은 “창업자 본인과 법인에 동시에 경제적 책임을 묻는 연대보증은 정말 무서운 제도”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창업이라는 불투명한 길을 걷는 기업인에게 자칫 인생 전체를 걸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도전적인 창업 정신을 가지라”고 아무리 주문해도 한계가 분명하다.
남민우 청년위원장은 “본인 연대보증제야 말로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꼭 치워야 할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회사는 유한책임을 원칙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그 기원”이라며 “투자자가 수익과 위험을 분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모든 책임을 창업자 본인에게만 묻고 있다”고 말했다.
담보를 설정하고 채권을 손쉽게 확보하겠다는 금융기관의 영업방식이 벤처 창업에 큰 독이라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연대보증금액은 1조827억원으로 보증인 수는 4676명에 달한다.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금액에 가까운 수치다.
이 가운데 5년 미만 창업기업이 빌린 금액이 전체 50%를 넘는다. 연대보증 늪에서 걸린 벤처 창업인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창업기업 자금조달 구조를 융자 개념에서 투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지금처럼 창업자 본인에게 연대보증의 짐을 지우는 것보다 △엔젤투자 △기술혁신형 M&A △코넥스 활성화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 투자·회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민우 위원장은 “창업자의 실패 경험이 본인과 국가의 자산이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며 “융자에서 투자로 의식전환과 함께 본인 연대보증제도 폐지 등 창업에 드라이브를 걸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