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통신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이 잇따라 대형 통신사의 시장 진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통신망을 보유하며 부가통신서비스의 원가를 정하는 입장인 통신사가 중소기업이 조성해놓은 시장에 직접 뛰어들면서 생존을 위협받는다며 해당 시장 전면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휴대폰결제 전문 기업인 KG모빌리언스는 3일 “LG유플러스가 중소·중견기업 시장을 부당하게 침범해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동반성장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KG모빌리언스는 “연간 거래금액이 3조원으로 성장한 휴대폰 결제시장에 원천 플랫폼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뛰어들어 자사의 상품군과 결합하고 원가 경쟁수단을 앞세워 시장을 무분별하게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 전문 중소기업의 모임인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협회)도 지난 7월 말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KT와 LG유플러스의 불공정 행위를 해결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중소기업청·동반성장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에도 각각 탄원서와 신고서를 제출했다.
휴대폰결제와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는 사업 내용은 다르다. 하지만 두 업계의 불만은 “망을 보유한 원천사업자인 통신사가 직접 뛰어들면 중소기업이 경쟁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대기업인 통신사의 망에 자사의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 영업한다. 따라서 망 이용에 따른 수수료(원가)를 통신사에 내야 한다. 하지만 통신사는 자사 망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없어 경쟁의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논리다.
KG모빌리언스는 원천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다날 등 PG사의 상품을 재판매하며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윤보현 KG모빌리언스 사장은 “중소·벤처기업이 10년 넘게 키워 온 시장을 대기업이 낮은 수수료로 역공하는 행위는 부도덕하다”고 토로했다. KG모빌리언스는 또 LG유플러스가 인터넷전화나 호스팅, 메시징 등을 결합해 덤핑으로 제공하며 시장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용 메시지 분야의 갈등도 유사한 구조다. 장준호 협회장은 “KT와 LG유플러스가 자사 통신망을 중소사업자들에게 약관에 따라 도매가를 책정해 임대해주면서 자신들은 도매가, 심지어는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위 `저가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한 `이윤압착`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단순히 재판매 영업을 할 뿐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거나 결합판매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KT 관계자도 “(기업용 메시징 관련)약관에 반영된 도매가보다 낮게 영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