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SW-SoC융합R&BD센터(이하 SoC센터)를 통해 지원하는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사용 사업 예산을 내년부터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10년 이상 지속돼 온 지원 예산이 크게 줄면서 중소 팹리스 업계의 부담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산업인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외면하는 것으로 창조경제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SoC센터의 시스템반도체 산업 지원금을 올해 약 62억원에서 내년 48억원으로 삭감하는 예산안을 마련했다. 올해 시제품 제작 지원프로그램을 없애면서 20억원가량 줄었던 예산이 내년에는 또 급감하는 셈이다.
EDA 툴은 반도체 설계에 꼭 필요하지만 제품당 가격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라 중소 팹리스들이 직접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신설·성장 단계에 있는 팹리스는 대부분 이 센터의 지원을 받아 EDA 툴을 이용하고 있다.
SoC센터 측은 예산이 추가로 삭감되면 EDA툴 사용, SoC 설계 검증 지원, IP 공동 활용 지원 등 개별 사업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원금이 감소한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가 운영하던 정보통신진흥기금이 미래부로 이관되면서 지원 분야가 늘어나고 재원 규모도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기금 사용처가 기존 방송통신위원회·교육과학부 부처 소관 사업에도 쓰이면서 용처가 다양해졌다. 지난해 약 7000억원이었던 기금 중 연구개발부담금이 올해부터 면제되면서 예산이 소폭 줄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변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SW-SoC센터 지원 외에도 계속 사업은 줄이면서 신사업에 할당하는 게 정책 기조”라며 “10년 이상 유지된 사업이라 센터에서 수익 사업 등 별도 성과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 같은 시각에 반박했다. 한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인 팹리스는 EDA툴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고 영세 업체 위주로 이용한 프로그램”이라며 “중소기업이 받는 혜택을 없애려는 게 창조경제의 정책 기조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EDA 툴 전문업체 관계자도 “그동안 정부 지원 사업 명목이라 좋은 취지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툴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SoC센터 관계자는 “팹리스 업체 규모별로 사용료를 다르게 책정해 벌어들인 차익으로 EDA툴 지원 사업을 지속할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