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R&D가 창조경제 이끈다]<5>세계 최고 효율 달성한 유도전동기

냉장고·에어컨·세탁기와 같은 가전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무엇일까? 세탁기의 세탁조를 돌리고 냉장고 냉매를 압축하는 전동기(모터)가 단연 우선 순위다. 가전만이 아니다. 산업용 기기에서도 전동기는 동력을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전동기 효율 향상이 전 국가 전력 효율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과 가정을 통틀어 전동기는 전력의 60%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유도 전동기 효율을 2% 끌어올리면, 국가 총 전력의 1% 이상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연간 500㎿의 원자력발전소 1.85기를 건설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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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동기 효율 개선을 위한 기술 발전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가 간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유도전동기는 산업용의 90% 이상, 가전기기의 절반 이상에 사용되고 있지만 소재 한계 탓에 효율 개선의 벽에 부딪힌 상태다. 물론 대규모 첨단 설비를 구축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중소기업들도 도입할 수 있는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개발한 고압진공 주조기술이 돋보이는 이유다. 생기원 호남권지역본부 동력부품연구그룹 강창석 박사팀은 이 기술로 무려 3%나 전동기 효율을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을 달성했다. 특히 대부분의 중소기업도 큰 투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해외에서 전력효율을 3% 끌어올린 기술을 개발한 사례는 있지만, 특수한 원심주조법을 이용한 경우다. 강 박사팀이 개발한 고압진공 주조기술은 제조 방법을 원심주조법으로 바꾸지 않고 기존 금형 및 생산 기술 일부만 변경해도 효율을 올릴 수 있다.

강 박사팀은 전동기 회전자의 밀도가 치밀할수록 유도 전동기 효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에 착안,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먼저 가전용 유도전동기 효율 향상을 목표로 일본·덴마크 등 해외 선진 제품을 대상으로 회전자를 산업용 컴퓨터단층촬영(CT)기기로 정밀 분석했다.

유도전동기는 구리선 코일로 감싸여 있는 고정자와 알루미늄 주조로 만든 회전자의 전기적 상호 작용에 의해 동력을 발생시킨다. 회전자 내부에 기공이 많으면 저항이 높아지고 전력 효율도 낮아지게 된다. 강 박사팀은 회전자 조직에 존재하는 미세한 기공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장비에 국부 가압과 진공 흡입을 할 수 있도록 일부 금형을 변경했으며, 알루미늄 용탕에 강한 힘을 걸어 고밀도화 회전자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생기원은 이 기술 특허를 획득하고 관련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보스텍`이라는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했으며, 지속적으로 기술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후속 과제도 진행 중이다. 생기원은 가정용 전동기보다 규모가 큰 산업용 전동기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세계 전동기 시장 규모는 연간 27조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60~70%가 유도전동기다. 후속 과제도 성공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창석 박사는 “효율을 3%나 올렸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데 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중소 제조업체들의 생산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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