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의 국정 어젠다인 창조경제에 대한 평가는 기대를 밑돈다. 창조경제 실현 계획이 창조적이지 않다는 비판은 물론이고 당초 계획한 과학기술과 ICT간 시너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ICT특별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정보화예산협의회` 구성 등 핵심은 누락됐고, 소프트웨어(SW) 혁신전략 역시 미지수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올바른 방향성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장지영 전자신문 ICT방송산업부장과 국회 대표적인 ICT 전문가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의 대담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KT 출신인 권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근 이슈로 떠오른 KT 이석채 회장 거취 논란과 관련해 불투명한 낙하산 인사가 화를 키웠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권은희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국정 어젠다인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미래부 조직개편 한계에 대한 정치권의 반성과 초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면서 “청와대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미래전략수석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핵심부처로서 미래부의 자구노력과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창조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뒤 핵심 산업으로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ICT 연구개발(R&D)을 위해 신설하는 정보통신기술진흥원의 역할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장지영 전자신문 ICT방송산업부장=박근혜정부에서 신설한 미래부는 창조경제의 전진 기지라는 평가 속에 주목을 받으며 출범했다. 그러나 부처 출범 후 지금까지 `창조경제`라는 말만 무성하게 앞세웠을 뿐 보여준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청와대 미래수석이 전격 교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새 정부 출범과 미래부 발족 이후 창조경제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창조경제라는 슬로건으로 새로운 국운을 불러오고, 국가시스템을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은 굉장히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창조경제가 중요한 국정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 가혹한 평가는 적절치 않다. 다만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국민과 공유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바라보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부처별로 단기성과 창출을 위한 제도개선이나 자원배분에만 치중하는 것도 문제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ICT특별법을 통해 미래부 기능과 역할에 대한 보완이 일부 있었지만 아직도 예산과 정책집행에 대한 권한이 많이 부족해 이에 대한 보완과 지원이 요구된다.
△장지영=실행 주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지 않다. 미래부에 창조경제 실현이라는 임무가 부여됐지만 수단과 자원배분 권한은 뒷받침되지 않았다. 창조경제 기획과 조정 기능은 배정된 반면 관련 예산은 배정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미래부에 전폭적으로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는데, 개선이 필요하다면.
△권은희=미래부는 예산편성과 조정권에 대한 기능이 없다. 어떤 형식이든 권한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창조경제 핵심과제 중 `벤처 활성화`의 경우 미래부를 비롯하여 산업부, 중기청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처가 추진하면서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미래부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정치적인 산물로 탄생한 미래부 조직개편의 한계에 대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하고, 당초 임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초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청와대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미래전략수석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 미래부도 자구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창조경제 핵심부처로서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제시하고 더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직 내 혁신적인 인사개편을 서두르고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을 내놓을 수 있도록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기재부의 지원 등을 담보하기 위해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회의체 운영이나 국무회의에서의 정기 안건 상정 등 보완조치가 있어야 한다.
△장지영=정부가 미래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각 부처 차관은 위원으로 하는 `창조경제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 구조에서 실행력 담보가 가능한지와 신설하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 대한 견해는.
△권은희=관료 중심의 조직형태는 정부 차원의 계획과 사업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구조상 단순 보고사항 위주의 회의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처 추진사항에 대한 단순 보고가 아니라 위원장과 타 부처 차관이 공과와 난제를 솔직하게 논하고 평가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또 결과는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민에게도 공표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과거 정보화전략위원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즉 다부처에 걸치는 ICT 관련 예산 심의나 사업 평가권이 주어져야 한다.
△장지영=창조경제 핵심으로 중소벤처지원과 SW 산업 육성을 대표적으로 꼽고 있다. 권 의원은 대기업 출신이기도 하지만 중소기업 대표도 역임했는데, 직접 경험해 본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주소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권은희=창조경제 달성을 위해 IT중소기업 지원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화돼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과 투자 중심의 산업구조가 변화되고, 정부 지원이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IT 중소기업의 도약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장지영=특히 SW는 향후 우리나라 먹거리의 핵심 분야로 부상하면서 미래부에서도 하반기 다양한 정책을 준비 중이다. SW 전담국이 생기면서 산업 육성에 힘이 실릴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미래부 정책이 자칫 `용두사미`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은희=우리나라 SW의 문제점은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제시하는 통계로는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거나 분석하지 못한다. 이런 자료를 가지고 대책을 세우는 것은 SW 산업 육성 정책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문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돈을 더 받거나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돈을 무한정 더 받는 것은 어려우니 결국 비용절감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SW 엔지니어링에 입각한 개발이나 모듈 재사용을 통한 체계적인 테스트 등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는 특화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 확보가 어려운데 있다. 단기과정을 이수한 앱, 웹 개발자를 포함하면 인력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중 양성해야 하는 전문가는 SW 엔지니어와 아키텍트 분석가 등이다. 이러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단편적인 교육이 아닌 특성화 교육을 통해 집중적으로 길러내야 한다. 핵심인재를 먼저 기르고 나서 융합형 인재를 길러야 우리도 제값 받고 해외수출도 가능하고 창조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
△장지영=창조경제는 정부는 물론이고 산하기관, 민간의 절대적인 협조와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산하기관은 인사문제로 좌고우면 중이고 민간의 협조와 지지도 부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도할 수 있는 기관과 민간의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기관과 민간을 꼽는다면.
△권은희=ICT 산업이 창조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려면 정부, 연구소, 산업체 모두가 같이 합심해야 한다. 정부는 미래부가 리드하면서 다른 부처와 협력해야 한다.
ICT R&D를 위해 신설되는 정보통신기술진흥원 역할도 중요하다. 진흥원은 R&D 분야의 기획, 선정, 평가, 관리, 기술거래 기능 등 전 주기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연구소는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도해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분야의 연구개발을 담당해줘야 한다.
산업체에서는 C-P-N-D 각 분야 리더격인 KT와 통신사들, 삼성전자, LG전자, CJ 등과 같은 대기업이 벤처 중소기업들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통신 3사는 보조금 경쟁을 줄이고 절약되는 일부 금액을 펀드로 제공해 시장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장지영=창조경제는 특히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ICT의 주축인 통신업계의 역할론이 줄기차게 제기된다. 통신업계 맏형격인 KT 출신으로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국민기업 KT는 요즘 CEO 거취 논란으로 내부적으로 무척 힘들다.
△권은희=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 민간도 같이 움직여줘야 하고, 그 중심에 국민 통신기업인 KT가 있다. 그런데 그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조언을 하자면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KT의 핵심사업은 통신서비스다. 가장 중요한 자산 역시 고객이다. 여기서 고객은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이 있다. 회사가 내부고객인 직원을 만족시키면, 내부고객은 자연히 외부고객인 가입자 즉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 KT 내부 조직분위기는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고 의견개진을 했다가 잘못하면 오히려 손해 본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직원과 회사의 신뢰관계 회복이 급선무다.
의사결정권이 있는 경영층의 통신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창조경제는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 이전에는 KT가 우리나라 통신시장을 선도했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경영구조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공정한 인사제도 정착으로 KT 구성원들의 좌절감 해소가 시급하며 성과를 내는 내부인력이 우대 받는 인사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KT는 최근 통신사업과 무관한 다양한 외부 인력이 특채형식으로 채용되어 주요 보직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KT 구성원들이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 기업 KT는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고 사회적·윤리적 책임도 다른 사기업보다 강해야 한다. 그러나 KT는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사들이 고문으로 위촉되고 있는 실정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분기 대비 더 많은 흑자를 낸 반면, KT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통신시장 문제가 아니라 KT의 문제다.
근본 원인을 잘 따져봐야 한다. 직원들이 의문을 가진 것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 먼저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의 역할과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산을 얼마나 매각했는지 공개하고, 계열사는 무슨 목적으로 매입했고 현재 그 목적달성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만일 외부인사 영입이 실적과 직원 사기 저하의 근본 원인으로 확인된다면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모든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문제가 아니라면 직원들과 오해를 풀고 다시 함께 가야 한다.
△장지영=KT가 새 출발한다면 어떤 방향이 좋은가.
△권은희=기업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회생이 어렵다. 지금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KT는 가지고 있는 통신 인프라가 너무 방대하다 보니 모바일 통신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네트워크 기반 통신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탈통신`만 강조되는 기업 분위기가 형성돼 타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나 콘텐츠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내부 역량 확보과정 없이 외부 인력에 의존하는 신규 사업으로 실패를 되풀이했다.
지금부터라도 KT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사업자 주도의 사업보다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통신시장에서 표준을 주도하고 프레임워크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면서 새로운 통신 서비스 환경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분야를 제시한다면 네트워크 분야에서 SDN 기술이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다. 그간 KT가 1조원 이상 투입해서 구축한 KT인증 시스템과 ETRI의 옴니플로(OmniFlow) 기술을 결합해 SDN솔루션으로 만들면 네트워크 분야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KT 스스로 관리형 R&D가 아닌 실질적인 R&D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리=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