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력망 구성을 위한 송전선로 건설에서 765㎸ 송전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30일 `제6차 송배전설비계획(6차 송전망 계획)`에서 765㎸ 건설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초고압 장거리 송전망 공사를 줄이고 직류송전(HVDC) 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 밀양사태로 불거진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됐다.
6차 송전망 계획은 기존 `신고리-북경남`과 `신한울-북경기`를 제외하면 새로 추가되는 765㎸ 송전망은 없다. 345㎸ 송전망도 당진과 신경기 등 6군데를 추가하는 선에서 그쳤다. 한전은 향후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대신 HVDC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HVDC는 육지 송전망에서 사용 중인 교류 송전망과 달리 장거리 지중화가 가능하다. 기존 교류 송전방식은 지중화 시 과전압 문제 등이 발생해 20㎞를 넘기기 힘들다. 반면에 HVDC는 200㎞ 가까이 지중화가 가능하다. 100㎞에 달하는 제주 해저케이블도 HVDC 기술이 적용됐다. 결국 송전망 건설 최소화와 HVDC 개발은 장거리 송전망 공사의 지중화 계획을 의미한다.
한전 관계자는 “지금은 경제성보다는 지역민심을 확보하는 것이 송전망 건설의 중요한 사안”이며 “최대한 장거리 송전망 공사를 지양하고 불가피할 경우 HVDC 지중화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6차 송전망 계획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추가 발전설비의 전력을 제대로 수용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발전업계는 신규 송전망 건설이 줄어든 만큼 발전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사 자체적으로 기존 송전망까지 연결하거나 우회 송전선로를 찾아야 하는 만큼 건설비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회 송전망도 찾기 힘든 최악의 경우에는 수요처 근방까지 자체적으로 송전망을 끌어와야 한다.
발전소는 삼척과 영남, 당진, 인천 근방에 추가되지만, 이를 반영한 송전망은 당진 정도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6차 송전망 계획에서 삼성물산의 G프로젝트는 우회 송전을 선택했고, 동부하슬라파워와 SK건설·남부발전이 공동 추진하는 삼천포화력은 송전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6차 송전망 계획은 민원 문제로 한전이 수용성을 우선시했지만 그 여파로 지역갈등과 비용 부담이 발전사로 전가될 수 있다”며 “앞으로 지어질 발전소의 송전 대책은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신규 반영 발전소 계통연계 방안(잠정)
자료: 한국전력공사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